‘경쟁률 2100대 1’ 세종시민에게만 아파트 분양권 더 달라?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3.24 11:30

수정 2021.03.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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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단지.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세종시민 공급 비율 늘려달라" 건의

 
세종시가 최근 정부에 "공동주택 일반 분양시 세종시민 우선 공급 비율을 높여달라”는 취지의 건의를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탄생한 도시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 주민에게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24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공동주택 일반 분양 비율(현 50%)을 높이는 대신 비세종시민 비율(50%)은 낮추거나 폐지해 달라고 국토교통부 등에 건의했다. 세종시는 "2019년 기준 세종시의 무주택자 비율은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높은 46.7%"라며 "지역주민 우선 공급 비율이 높아지면 시로 전입하는 인구도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 평균 상승률이 조치원읍 등 구시가지 지역을 포함해도 전국 평균(7.57%)의 약 6배인 44.93%나 됐다. 특히 세종시 전체에서도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아파트는 세종시민은 물론 외지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전체의 30%만 세종시민 등에 일반 공급

현재 세종시(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일반분양 아파트는 전체 물량 가운데 40%가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 공무원 등 이른바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특별공급된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장애인·다자녀 가족 등 일반인에게 특별공급되는 비율이 전체의 30% 정도다.  


이에 따라 순수 일반공급 물량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이 30% 물량을 세종시민(해당지역)과 외지인(기타지역)에게 50%씩 배정된다. 결국 일반 세종시민이나 외지인에게 돌아가는 물량은 각각 전체의 15%인 셈이다.

 
실제 지난달 분양된 신도시 6-3생활권 H2·H3블록 '리첸시아 파밀리에' 아파트는 전체 1350가구 가운데 29%(392가구)가 일반분양됐다. 196가구가 일반 세종시민, 나머지 196가구는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주민에게 돌아갔다. 이 아파트 일반 공급에서는 전국에서 모두 7만1464명이 청약을 접수, 평균 경쟁률이 182.3대 1을 기록했다.
 
특히 배정 물량이 13채인 전용면적 90㎡ A형 기타지역(비세종시민)에서는 해당 지역(세종시민) 탈락자 7455명을 포함한 2만7298명이 경쟁했다. 이로 인해 최종 경쟁률이 2099.9대 1에 달했다.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종시 중심가. 정부세종청사와 아파트, 상가 등이 보인다. 프리랜서 김성태

"균형발전 차원서 타 지역에도 기회 줘야"

세종시 건의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세종시가 세종시민만의 '지역구 도시'가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전국구 도시'라는 게 주된 이유다. 세종시는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총 22조5000억 원을 들여 만드는 국내 최대 규모 신도시다. 수도권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행복도시와 마찬가지로 전체 일반공급 물량의 50%가 다른 시·도 주민에게 우선 공급되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의 한 직원은 "행복도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만드는 도시이기 때문에, 비세종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게 당초 도시 건설의 취지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대전시민 김남수(52)씨는 "세종시의 건의대로 하면 다른 지역에서 세종시로 이주하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수도권 인구 분산 등을 위해서도 세종 외 타 지역 아파트의 분양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