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 폭로로 촉발된 LH 사태는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현 정권 고위직들의 은밀한 투자와 다주택 보유가 줄을 잇는 가운데 LH 직원들은 보상용 나무까지 심어가며 땅 사재기에 열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보다 19.08% 올렸다. 1주택자와 지방 주택에도 영향이 본격적으로 미치는데도 정부는 “당초 계획에 따라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기준을 적용했다”는 기계적 설명만 했다. 급격한 보유세 폭등이 민생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에 대해선 알 바 아니라는 자세다.
“대상자가 서울 강남 1%”라더니
전국 곳곳에서 보유세 부담 급증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정책 펴야
당초 “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상자는 전체 주택 보유자의 1%에 불과하다”는 현 정권의 설명은 오간 데 없다. 처음부터 경제 논리는 없고 1 대 99 프레임의 갈라치기 진영 논리였다. 국민 고통은 커지고 있다. 세 부담 급증 지역이 강남 3구를 넘어 서울 전역으로 퍼지고, 세종·대전·부산·울산·충북 등 지방에서도 ‘벼락 세금’을 맞는 주택 보유자가 급증하고 있다.
집값이 몇억원씩 올랐으니 별것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실현 이익에 대해 급격하게 세금을 부과하면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감당하기 어려우면 집 팔고 이사 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난폭하게 경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심지어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주택은 거주 공간이면서도 중산층으로 가는 사다리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에서 움직인다. 1%에 변화가 생기면 그 효과는 99% 전체로 파급된다. 특히 세금의 파급력은 크다. 왜 세금을 호환마마보다 무섭다고 하나. 일단 부과되면 공권력이라서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만큼 신중해야 할 텐데 현 정권은 민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현재 70%에서 2030년 9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보여주듯 권력의 힘으로 시장의 질서를 만들겠다는 자세다. 시장 반응에는 귀를 닫고 마이웨이 중이다. 문 대통령은 정책 수정에 대한 언급 없이 “부동산 적폐 청산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조는 재정 형편 때문에라도 바뀌기 어려워 보인다. 급격한 재정 지출 탓에 바닥을 드러낸 나라 곳간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하지만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은 어떻게 할 건가. 공시가격 급등 여파로 1주택자도 세금이 뛰고, 은퇴자는 건강보험 내느라 허리띠를 졸라맨다. 무주택자는 전·월세가 뛰어 힘들고 내 집 마련의 꿈도 접게 됐다.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그게 점입가경이 된 부동산 혼란의 탈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