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박영선·오세훈 확정…이제라도 정책·비전 경쟁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3.24 00:1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맞붙게 됐다. [연합뉴스]

4·7 재·보선까지 2주 남겨두고 서울시장 대진표가 확정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어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 후보가 됐다. 오 후보는 10년 전 서울시장을 사퇴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제 가슴 한켠에 자리한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 걷어내고 다시 뛰는 서울로 보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성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안 후보는 “야권 승리를 위해 힘껏 힘을 보태겠다”고 승복했다.
이로써 서울·부산시장 보선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서울에선 박영선·오세훈, 부산에선 김영춘·박형준 후보가 각각 맞붙는다.
나라 전체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1130만 명, 27%)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선거인 데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지다 보니 여야 간 대결이 격화하고 있다. 문제는 여야 모두 정책·비전 경쟁이란 정도(正道)가 아닌,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사도(邪道)로 내달린다는 점이다. 
여권은 대놓고 물량전이다. 대통령이 집권당 대표와 국토부 장관을 대동하고 가덕도 현장을 방문했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였는가 하면 재·보선 전에 4차 재난지원금을 주겠다며 20조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서울 시민 1인당 10만원씩 위로금을 주겠다고 했고, 박원순 전 시장 사람들이 이끄는 서울시는 25개 자치구(24곳이 민주당 소속)와 함께 선거 전에 코로나 취약계층에 1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매표 행위로 과거 ‘막걸리와 고무신 선거’와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야권은 지난해 12월 이래 단일화에만 매달렸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에서 비롯된 민심 이반에만 기댔다. 행정가를 뽑는 선거란 사실을 망각한 듯 보이곤 했다. 연전연패를 끊겠다는 각오와 비전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책·비전의 부재를 네거티브가 채우고 있다. 민주당은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처가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 박형준 후보의 해운대 엘시티(LCT)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박영선 후보 배우자의 도쿄 아파트 소유 사실, 김영춘 후보의 라임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중앙선관위의 역할이 중요한데 연일 중립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어제도 일부 여성단체의 특정 문구(‘보궐선거는 왜 하죠?’ ‘우리는 성 평등에 투표한다’) 사용을 불허했다는데, 이번 보선이 박원순·오거돈 시장의 성 추문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논란을 부를 판단이다. 
결국 유권자들이 냉철하고 현명해져야 한다. 여야가 답을 내놓을 때까지 대한민국 제 1, 2 도시의 경쟁력과 시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지 묻고 또 묻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