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의 미·중 고위 회담장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옆자리에 앉은 통역사 장징(張京)에게 한 말이다. 장장 16분의 ‘격정 발언’을 끝낸 뒤였다. 그러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통역사에 수당을 더 줘야겠다”며 조크로 거들었다. 미·중 대표의 설전으로 살벌했던 회담장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순간이었다.
미·중 회담 양제츠 통역 맡은 장징
16분간 ‘격정’ 발언 침착하게 전달
영상 뜨며 하루 4억6000만건 조회
중국부녀보 역시 “침착하고 프로페셔널한 중국 여성 통역사가 세계에 중국의 목소리를 전했다”며 회담 편집 영상을 올렸다.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도 이날 트위터에 “장징, 미·중 알래스카 회담 중국 측 통역관이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며 영문 트윗을 날렸다.
네티즌 반응도 뜨겁다.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 코너에 이날 오후 등장한 ‘미·중 대화 여성통역관 장징’은 하루 새 조회수 4억6000만을 기록했다.
눈망울이 커 중학교 시절 인도계 혼혈로 오해받았다는 장징은 항저우 외국어대와 외교학원을 졸업했다. 2007년 외교부 공채에서 수석 합격했다. 공식 석상에 나선 건 2013년 3월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의 기자회견을 통역하면서다.
장징은 현재 중국 외교부 통역실 소속이다.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통역관의 평균 연령은 31세로, 그중 70%가 여성이다. 1998년 이후 총리 기자회견은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 맡을 정도로 ‘여인 천하’다.
총리 기자회견의 통역은 보통 회견 한 달 전에 선정해 ‘지옥 훈련’에 들어간다. 3명이 한 조를 이뤄 한 명이 자료를 읽고 한 명은 이를 속기하며 나머지 한 명이 자료를 순차 통역하는 방식으로 훈련한다. 총리가 인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전을 찾아 미리 자료도 준비한다.
외교부 통역실에는 ‘16자 비결’이 전해온다고 하는데 중국의 영원한 외교관으로 불리는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남긴 구절이다. “입장이 확고하고, 업무에 익숙하며, 정책을 파악하고, 기율을 엄수한다(站稳立場 熟悉業務 掌握政策 嚴守紀律, 참은입장 숙실업무 장악정책 엄수기율)”가 그것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