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장관의 방한은 지난 2013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수행하고 한국을 찾은 지 8년 만이다. 러시아 외무부 장관의 단독 방한은 2009년 4월 남북한 동시 방문 뒤 12년 만이다. 라브로프는 23일 저녁 한국에 도착해 24일 양국 외교부가 주관하는 ‘한·러 상호교류의 해’ 행사 개막식에 참석하며 2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다.
중·러 밀착 속 한국과 접점 모색
러 국방차관도 내달 초 방한 조율
라브로프는 22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 구이린(桂林)에 도착했다. 이날 양국 외교장관은 지난 18~19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렸던 미·중 고위급 회담의 결과를 공유하고 대미 견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앞서 18일 “중·러 연대를 강화하면 미국이 한·일 연쇄 회담 뒤 말썽을 부리는 데 따르는 여파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는 22일 중국 언론과의 화상 회견에서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특정 국가를 처벌한다는 건 옳지 못하며, 이런 논리를 러·중에 적용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러시아는 “푸틴은 살인자”라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해 지난 21일 자국의 주미 대사를 소환했다.
한국은 그간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응했지만 이번 한·러 외교부 장관 회담에선 이런 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한과 북한 문제와 관련한 남·북·러 3각 협력 등도 의제로 오를 수 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방한을 요청했고 푸틴은 “러시아산 백신을 맞고 방문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 측은 가급적 올해 상반기 안에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철재·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