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포레스트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너와집 마당을 배경으로 손바닥보다 작은 조리도구·식재료를 이용해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미니어처 음식을 만드는 유튜브 채널이에요. 지난 2019년 12월 첫 영상을 게재한 이후 약 1년 만에 구독자 43만명을 돌파하며 인기 유튜버로 급성장했죠. 특히 ‘여름 반찬과 미역 오이 냉국(2021년 3월 기준 조회 수 535만회)’ ‘돌구이 삼겹살(조회 수 367만회)’ 등은 구독자 사이에서 ‘레전드 영상’으로 꼽힙니다. 이 작은 세상 속에 얼마나 큰 매력이 담겨 있길래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까요. 미니어처 만들기와 공예를 좋아하는 강라임·박시은·송윤서 학생기자가 이메일로 미니 포레스트와 소통하며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 제가 최초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아니에요. 유튜브에서 미니어처 요리 영상을 보는데 어릴 때 마당에서 불을 피워놓고 요리하던 기억이 떠오르며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생각이 들었죠. 20년 넘게 주부로 생활하다 보니 요리에 익숙하기도 했고요. 숲속 작은집 마당에서 사계절을 배경으로 요리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미니 포레스트’라는 채널명을 지었어요.
라임: 영상을 보니 요리를 능숙하게 잘하시던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 그리 잘하지는 못해요(웃음). 경험이 있는 요리는 나름 쉽게 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음식은 검색을 통해 몇 번이고 연습을 거친 뒤 촬영하죠. 메뉴 같은 경우 어린 시절을 회상하다 보면 저절로 떠오르더군요. 지난해 11월 올린 ‘늦가을 아침 밥상’ 속 소고기뭇국·계란말이·깍두기·김구이 역시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신 밥상을 모티브로 만들었어요. 물론 구독자분들이 댓글로 요청해주시는 메뉴 중 선택하기도 하고, 계절에 맞춰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 기본적으로 미니어처 요리에도 실제 요리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무쇠 솥·팬, 장작불을 이용해 미니어처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맛있을 때도 있어요. 영상 말미에 미니어처 요리를 맛보는 제 모습이 담기곤 하죠? 모든 요리는 실제로 먹을 수 있어요. 촬영이 끝난 뒤 가족들과 한입에 털어 넣죠. 야외에서 먹다 보면 집에서 먹는 밥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 촬영에 1~2일, 편집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음식이 상한 적은 없었어요. 다만 국이나 찌개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야 맛있어 보이는데, 워낙 작다 보니 금방 식어 촬영을 거듭하곤 하죠. 보쌈 같은 고기류도 한겨울에는 금세 기름이 굳기 때문에 중간중간 음식을 데우며 촬영한답니다. 조리도구가 망가진 적은 없지만, 날씨로 인한 돌발상황은 겪어봤어요. 비 오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미니어처 너와집이 흙탕물 범벅이 되고, 겨울엔 폭설 때문에 수돗가와 장독대가 눈 속에 파묻혔죠. 결국 촬영을 미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라임: 작은 양파·배추·삼겹살 같은 식재료는 어떻게 구하시나요.
- 채소는 마당에 있는 텃밭에 씨앗을 심고 열매가 막 맺혀 작을 때 따서 쓰고 있어요. 삼겹살은 우리가 먹는 크기의 삼겹살을 구매한 뒤 무늬가 선명하게 난 부분을 작게 잘라 사용했죠. 미니 수박도 자르고 보니 속이 빨갛게 익지 않아 큰 수박을 활용했고요.
- 너와집·화덕·아궁이의 경우 시멘트·황토·돌멩이·나무 등으로 만들었어요. 실제 쓰이는 재료이다 보니 촬영할 때도 진짜 집 같은 느낌이 나더군요. 미니어처 너와집에는 온돌을 깔았어요. 부넘기(아궁이의 뒷벽)·개자리(방구들 고래의 윗목에 파놓은 고랑)·고래둑(구들장 밑 둑)·구들장(방바닥을 만드는 얇고 넓은 돌)을 차례로 놓았죠. 아궁이에 불을 때면 방바닥이 따끈따끈해 추운 날씨에도 거뜬합니다.
시은: 작은 소품을 다룰 때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든 점은 없나요.
- 세트장이 작아서 지나가다가 수돗가가 부서지거나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일이 많아요. 워낙 작은 그릇들과 씨름하다 보니 잃어버린 그릇을 찾다가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야외에서 촬영 특성상 여름엔 더위·모기, 겨울엔 추위와 싸우는 건 기본이에요. 처음 만드는 음식을 촬영할 땐 특히 더 힘든데요. 최근 만든 것 중엔 개성주악이 다소 어려웠어요.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되직하게 반죽한 뒤 기름에 튀겨야 하는데, 미니 가마솥 온도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예쁜 모양을 내기 위해 3일을 꼬박 고생했어요.
- 저도 처음엔 너와집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어요. 짓고 부수기를 대여섯 차례 반복하며 무려 1년에 걸쳐 완성했죠. 중요한 건 꾸준히 연습하는 거예요. 만들다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생기더라고요. 처음부터 완벽한 작품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계속해서 손을 움직이며 이것저것 만들어 보세요. 만들다 보면 언젠간 나만의 노하우가 쌓일 거예요.
라임: 저희 같은 초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구독층이 다양하다고 들었어요. 남녀노소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사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땐 어린 친구들은 별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배경·음식 모두 제 어린 시절 기억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좀 예스럽거든요. 그런데 여러분처럼 어린 구독자부터 제 나이 또래 주부까지 많은 분이 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하고 힐링 된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불면증 때문에 힘들었는데 제 영상만 보면 잠이 잘 온다는 댓글을 볼 때 뿌듯하고 감사하죠. 여기에 실제 음식과 똑같은 재료·조리법으로 미니어처 음식을 만든다는 점이 더해져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 해외에서 교사로 일하는 구독자분의 댓글이 생각나요.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수업을 하는데, 절기와 관련된 수업에서 제가 만든 ‘대보름 밥상’ 영상을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미니어처 요리 영상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면서 감사하다고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열심히 만든 영상을 좋은 데 활용해주시니 저도 참 감사했어요.
시은: 유튜버(크리에이터)는 몇 년째 ‘청소년 희망 직업’ 10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 있는 직업군인데요. 유튜버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유튜브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플랫폼이에요. 50대 주부인 제가 유튜브를 하며 인생 2막을 맞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자신만의 분야를 깊게 파고들되,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인내심과 독창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거죠. 유튜버가 되고 싶은 소중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이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멈출 때 끝까지 파고들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세요.
- 한국 전통 음식을 만들어 외국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미니어처 김치·된장·고추장 같은 걸 제대로 만들어 볼 계획이에요. 한국의 음식과 문화가 전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됐으면 하는 마음이죠. 구독자분들께 많은 사랑 받은 만큼 좋은 영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유튜브 ‘미니 포레스트’, 동행취재=강라임(경기도 매송초 4)·박시은(서울 여의도초 5)·송윤서(경기도 서정중 1)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