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R은 총 연결자산이 2500억 달러(약 310조2000억원)를 넘는 미 대형 은행에 적용됐다. 총자산의 3~5%를 자기 자본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완화 조치는 Fed가 총자산의 범위에 국채와 Fed의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걸 말한다. Fed는 지난해 4월 실시한 이 조치를 예정대로 21일에 종료하기로 했다.
시장 기대 깬 완화조치 종료…민주당 매파 입김?
예상을 깬 결정엔 정치권 입김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집권 민주당 내에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셰러드 브라운 상원 금융위원장 등 `월가 매파(강경파)` 의원들이 SLR 규제 완화 연장에 반대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상황에 만든 규제 완화 조치를 조금씩 연장하면 도덕적 해이가 계속돼 금융 불균형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Fed를 압박했다.
Fed는 19일 “최근 미국 국채시장은 안정돼 있다”며 “일부 대형은행은 1조 달러에 이를 정도로 충분한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 기준에 맞추기 위해 국채를 내다 팔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앞으로 SLR 기준을 어떻게 설계하고 조정할 것인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제도를 손볼 수 있는 여지도 남겨뒀다.
그럼에도 시장의 실망은 컸다. 록펠러 글로벌 패밀리오피스의 지미 창 최고투자책임자는 “몇 주 전만 해도 SLR 완화조치 연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며 “현재 금리 상승 속도는 편안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인데, (Fed의 결정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Fed 안심 발언에도 국채금리 상승 압박 커져
대형은행발 국채 매도가 시작되면 금리는 더 급격히 오를 수 있다. 미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월가는 향후 국채 입찰을 면밀하게 볼 것” 이라며 “만약 은행의 (채권매수에 대한) 관심이 적다면 채권 시장의 투매가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잇따른 기준금리인상…글로벌 저금리 기조 깨지나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자본 유출 우려 때문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투자금이 미국에 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일 국채금리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미국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면, 그 피해는 통화·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신흥국에 돌아갈 수 있다. 중국도 지난 4~11일 열린 양회에서 올해 경기부양 강도를 줄일 것을 시사했다. 황이핑 베이징대 부학장은 18일 한 포럼에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Fed의 다음 정책 조정”이라며 “지난 2014~2015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생긴 신흥국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