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브랜드가 웬 이어폰?
실제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 준지(JUUN.J)는 최근 옷이 아닌 무선 이어폰을 출시해 관심을 모았다. 차갑지만 지성미가 느껴지는 알루미늄 소재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검은색을 입히고 고급 가죽 케이스를 제작하는 등 마치 옷을 디자인하듯 이어폰을 디자인했다. 이어폰 자체는 삼성과 소니의 음향기기를 생산하며 ‘피아톤’, ‘오딕트’ 등의 브랜드로 잘 알려진 국내 오디오 전문기업 크레신과 협업했다.
올 가을·겨울 시즌에는 이어폰의 시작음이나 연결음에 자체 브랜드 사운드를 넣을 계획이다. 익숙한 로고송처럼 사운드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떠올리는 효과를 노렸다. 김재수 준지 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신체 활동은 크게 줄어든 반면 오감에 더욱 집중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각·후각·촉각·미각 등 5감각을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다각도로 경험하고 호감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억짜리 ‘째깍째깍’…오감이 번쩍
갤러리아백화점은 유튜브에 ‘갤러리아 마스터피스 ASMR’이란 제목으로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된 한정판 명품시계의 부품들이 움직이며 나는 초침 소리를 담았다.
이탈리아 ‘파네라이’의 1억6000만원대 시계, 20억원 상당의 ‘예거르쿨트’를 비롯해 최근엔 1억7800만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시계 ‘바쉐론 콘스탄틴’ 소리도 등장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에 익숙한 20대 미래 고객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시작했다”며 “시계 애호가들의 ‘드림 워치’에 대한 관심이 해당 콘텐트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팝송과 가요 중심이던 매장 음악을 유명 피아니스트 윤한, 예슬의 전당과 함께 고른 곡들로 바꿨다. 샹송·재즈·일렉트로닉 등 백화점에 잘 어울리는 3000여 곡을 선정해 고객들이 평일·주말, 각 시간대와 여성·남성패션 등 장르 별로 가장 어울리는 곡들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핵심 고객층인 2030대의 매출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음악 분위기를 트렌디하게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주말 오후 2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영패션 전문관을 방문한 A고객은 ‘파이어플라이즈(Fireflies)’라는 일렉트로닉 팝을 들을 수 있지만, 신세계 대구점 식당가에선 루이 암스트롱의 ‘헬로 돌리(Hello Dolly)’를 듣게 된다. 이달 들어선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무소르그스키의 ‘미술 전람회’등 봄을 대표하는 대중적인 클래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AI·무선 기술로 ‘오디오 생활’가속화
이소아 기자 lsa@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