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증가는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흥국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2020~2050년까지 선진국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50% 정도 증가하는 데 반해 신흥국은 100~150% 증가한다. 구체적으로 미국 53%, 한국 130%, 중국 107% 정도다. 중국과 인도의 고령자 수만 30년 동안 3억 2천만명 증가한다. 이는 같은 기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고령 인구 증가 1억 2천만명을 훨씬 넘어선다. 고령화는 앞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이 모두 겪는 세계의 문제가 된다.
매일 21만명이 60세 생일
숫자 많고 돈·기술도 갖춰
고령사회와 기술혁명 교차
데모테크에 투자기회 있어
세계 베이비부머는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돈’과 ‘기술’도 갖추고 있다. 이들은 1946년부터 1970년대까지 태어난 집단으로 30여년에 걸쳐 있다. 지금 맏형이 75세이고 막내는 40대 중반이다. 10년 후면 50대 중반에서 80대 중반에 걸쳐 있게 된다. 게다가 중국 베이비부머들은 1990년대 이후의 고성장으로 부유해졌다. 중국은 연간 소득이 5만~10만 달러에 속하는 가구 비중이 2012년 3%에서 2032년에는 16%로, 10만 달러 이상 가구 비중도 같은 기간 중 1%에서 9%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또한, 기술혁명이 은퇴하는 세계의 베이비부머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경험한 기술혁명에 비해 범용 기술의 수가 월등하게 많다. 과거에는 인쇄술·증기기관 등 수백년에 걸쳐 1~2개의 범용기술이 출현했으나 이번에는 생명공학, 인공지능, 3D 프린팅,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 10여개가 넘는 범용기술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융합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게임도 중독·도박·사행성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앞으로 삶의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덧붙여질 것이다. 영국 게임 개발업체 글리처스(Glithers)는 런던대학과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와 함께 치매 검사용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했다. 또한 산업 영역에 있던 로봇이 요양 간호, 말벗, 치매 치료, 펫 등 다양한 형태로 생활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다.
베이비부머 역시 머릿수와 돈을 기반으로 기술혁명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령사회와 기술혁명의 접점에 있는 바이오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뷰티, 가상현실과 게임, 로보틱스 등이 크게 확장할 것으로 본다. 소위 인구 구조(demography)와 기술(technology)이 교차되는 데모테크(Demo-Tech)에 부합하는 기술들이다. 세계 고령화의 지속성과 4차 산업혁명의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데모테크는 앞으로도 30년 이상 지속될 초특급 메가트렌드다.
1960년대 히피문화를 만들고 1990년대 미국의 주식문화를 선도했던 베이비부머들은 기술혁명을 맞이하여 새로운 노년문화를 만들고 있다. 고령사회를 요양과 복지로만 보지 말고 하이테크와 결합된 고령사회를 꿈꾸어야 한다. 베이비부머가 올드부머(old boomer)가 되면서 만들어 갈 데모테크 테마에 앞으로의 투자와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