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등에 따르면 18일 오후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아직 임금조정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올해 연봉 인상 소급분은 다음 달 지급한다”는 안내문이 공지됐다.
삼성전자는 통상 임협을 2~3월 중순 마무리하고 3월부터 조정된 급여를 지급해왔다. 노사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졌다면 오는 19일 월급과 함께 연봉 소급분이 지급될 예정이었다. 삼성전자의 급여일은 21일이지만, 이달은 21일이 일요일이라 19일 지급된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임협 난항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임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월 이후에나 타결될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삼성전자의 임협은 3월을 넘기지 않았는데, 갈수록 노사 간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 회사의 임금 인상률은 2.5%로, 4월 급여일에 소급분이 지급됐다.
인터넷·게임 업체발 임금 인상 영향 미친 듯
이처럼 삼성전자의 임협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데는, 최근 게임업체를 비롯해 정보기술(IT) 업종 전반에 걸친 연봉 인상 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근속연수 5.6년인 엔씨소프트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550만원인 것으로 공시됐다. 네이버(근속연수 5.78년) 직원들은 평균 1억248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평균 1억2700만원을 받았지만, 근속연수는 12.4년이다.
TSMC 20%, LG전자 9% 인상 합의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직원은 “힘들어도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는 자부심이 컸는데 요즘은 ‘아직도 다니고 있냐’는 조롱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국내 직원 10만여 명에 대해 연봉 1000만원을 올려주면 1조원쯤 드는데, 이 정도면 환율 등락으로도 커버가 가능할 듯하다”며 “뛰어난 실적에도 회사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6조8100억원, 영업이익 35조9900억원으로 역대 네 번째 호실적을 달성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대표는 월급 2.4배 올리고, 직원은 2.5% 올리면 어떻게 사기가 올라가겠냐” “최후의 수단으로 단기 파업이라도 하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성과급 산출기준 투명화 요구도
업계에선 올해 삼성전자의 임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협상을 반도체와 세트 부문으로 나눠서 진행해 부문 간 조율이 필요한 데다, 성과급을 두고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돼 있어서다. 반도체(DS) 부문과 달리 스마트폰(IM)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은 경쟁도 치열하고, 이익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DS 부문의 성과급 지급률이 IM·CE 부문보다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