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결론을 내린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기소 가능성을 다시 살펴보라"며 수사 지휘를 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 안팎에서 "검찰의 독립성을 파괴하는 박 장관의 직권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총장 대행 “LH 투기로 국민들 피곤한데
10년전 사건까지 신경쓰게 해선 안 돼,
수사과정 부적절 측면이 없진 않지만
혐의 유무와는 다른 차원의 성격”
박범계 "대검 부장회의서 재논의하되 한동수·임은정 의견 들어라"
대검이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서 비합리적 의사 결정이 있었다는 게 박 장관의 판단이다. 박 장관은 "그동안 사건 조사를 담당해 온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최종 판단에서 배제됐다"며 지난 5일 대검의 불기소 처분을 사실상 뒤집어야 한다는 취지의 수사지휘를 내렸다.
박 장관은 특히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재소자 김씨의 2011년 3월 23일 자 법정 증언 내용의 허위성과 위증 혐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김씨가 그 이전에 한 법정 증언 내용까지 함께 ‘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도 따져보라고 했다. 박 장관은 회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22일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김씨에 대한 입건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수사 지휘했다.
박 장관이 시한까지 정한 것은 그 이후에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나 김씨의 모해위증과 검사의 모해위증교사 혐의를 기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김씨가 2011년 3월 23일 이전 증언이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시각도 있다. 결론이 뒤집혀도 기소는 이미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고심하는 조남관 총장 대행 "LH 문제로 국민들 피곤한데…"
검찰 안팎에서 박 장관의 이날 수사지휘가 사실상 '기소 지휘'라고 본다. 대검 부장회의 구성원이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이종근 형사부장과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과 한동수 감찰부장 등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박 장관이 직권남용으로 수사와 처벌받을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겠다"며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사건은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징계시효 끝났다"면서도 위법 수사 관행 감찰도 지시
수사팀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재판 증언을 하도록 당시 불법 정치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들에게 "당신의 재심을 도와주겠다", "별건 내사사건을 봤는데 내용이 심각하다" 등 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서다.
류 감찰관은 브리핑에서 '10년 전 사건인데 검사들에 대한 징계·감찰 시효가 남아있느냐'는 질의에 "3년이란 징계시효가 도과된 사건이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확인된다면 장관이 주의나 경고는 가능하다고 관련법에 돼 있다"고 답했다.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대검은 지난 5일 "한 전 총리의 재판과 관련해 증인 2명과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검 감찰부 소속 임 연구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을 이 사건에서 배제한 뒤 미리 정해진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반발했다.
강광우·정유진·김민중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모해위증 의혹은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07년 건설사 한신건영의 고(故) 한만호 대표로부터 총 3차례에 걸쳐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건. 대법원이 2015년 징역 2년형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했다.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한 전 총리 수사팀이 불법 정치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대표(2018년 사망)가 1심 공판에서 자백을 번복하자 구치소 동료 재소자들을 사주해 재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 지난해 4월 재소자 H씨의 폭로가 나오자 수사팀은 "명백한 허위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한 전 총리 수사팀이 불법 정치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대표(2018년 사망)가 1심 공판에서 자백을 번복하자 구치소 동료 재소자들을 사주해 재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 지난해 4월 재소자 H씨의 폭로가 나오자 수사팀은 "명백한 허위주장"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