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자랑을 하자면 열 손가락도 모자라지만, 한국교육방송(EBS)의 ‘온라인 클래스’를 보면 어디 가서 ‘IT 강국 코리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보름이 됐지만,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 등 공공학습관리시스템에서 오류가 줄을 잇는다. 쌍방향 수업을 위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온라인 클래스는 접속 불량에 시스템 안정성이 크게 떨어져 교사들이 힘들어한다. 학생도 짜증 난다. 불만이 터져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격 수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는데 교육 당국은 그동안 도대체 뭘 했나.
온라인 수업 플랫폼 오류 속출
저소득층 스마트기기 부족 여전
원격교육 1년, 그동안 뭘 했나
제대로 된 시스템 구축 시급
온라인 클래스 대신에 차라리 미국의 민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쓰겠다는 교사도 상당하다. 지금은 학교 수업의 경우 40분을 넘겨도 줌을 무료로 쓸 수 있지만 8월부터는 요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요금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란다. IT 강국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온라인 교육 플랫폼 하나 내놓지 못하고 남의 나라 회의 시스템을 교육용으로 쓰고, 돈 내는 걸 걱정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의 2020년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초·중·고생의 사교육 참여율,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보다 많이 줄었다. 하지만 사교육을 받은 학생만 놓고 보면 사교육 비용은 전년보다 늘었다.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 참여율과 지출이 증가했다.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이다. 비대면 온라인 원격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는 공교육·사교육 모두에서 제대로 공부를 못하는 거다.
교육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동등한 기회 보장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 사회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리처드 리브스는 『20 vs 80의 사회』(원제: Dream Hoarders)에서 상류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사회 불평등 구조를 유지하는가를 설명한다.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첫째는 부자들의 동네·학교·집값 유지를 위한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둘째는 불공정한 대학입학 절차, 셋째는 인턴 기회의 불공정한 분배다. 쉽게 말해 좋은 땅·교육·일자리를 먼저 잡는 거다. 교육은 일자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코로나19로 맞게 된 전면적인 온라인 교육은 잘만 활용하면 동등한 기회를 더 잘 보장해 줄 수 있다. 등교를 통한 대면 교육이 시급하지만,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원격 수업은 하나의 흐름이 됐다. 대면· 비대면 융합 교육을 통해 교육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쌍방향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는데 60억원가량 들었다는데, 오류투성이가 아닌 제대로 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면 돈을 더 써도 된다. 우리 아이들 공부하는데 쓰는 돈이니 제대로만 만든다면 그 돈 아까워할 사람 없을 거다.
염태정 EYE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