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진영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20여 일 앞둔 시점에 공개 발언을 한 피해자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라. 가해자를 끊임없이 불러내 피해자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건 자신들 아니었나.
박 전 시장 탓에 치러지는 보선인데도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우상호 의원은 “박원순이 롤 모델이자 동지였다”고 했다. 박영선 후보는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했지만, 정작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규정해 사실상 2차 가해를 불러일으킨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게 캠프 요직을 맡겼다.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야권 후보를 향해 “남성 후보들의 가부장적 언어”라고 쏘아붙였다. 정작 피해자가 남인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사실은 외면했다. 피해자는 “그분으로 인한 제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다.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었다.
친여 지지자 중엔 소수라고는 하나 차마 글로 옮기기 부적절할 정도의 욕설을 쏟아냈다. 친여 성향의 유튜버와 매체들은 “사건 자체가 부풀려졌다”는 주장의 책을 전파하고 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불쾌감과 불안감을 주는 것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2차 가해를 하는 일이 더이상 있어선 안 된다.
사실 민주당이 피해자에게 사과한 건 사건 발생 후 반년이 지난 1월이었고, 그마저 국가인권위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다음이었다. 당 대표가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와 보면 그저 말뿐이었다. ‘여성 인권, 약자, 피해자 중심’의 민주당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