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업의 꽃’으로 불리던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기술자는 사라지는 것인가. 17일 수도권대학 자동차학과의 한 교수는 “엔진 전공 희망자는 안 보이고 대신 자율주행, 센서, 수소, 배터리에 관심을 갖는 학생은 많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미래 자동차를 만들 학생의 눈은 이미 전기차로 옮겨가 있다는 것이다.
너나없이 전기차업체로 변신 선언
폴크스바겐도 “500만대 생산” 발표
10년 후 신차 대부분 전기차 될 듯
“업계에 엄청난 구조조정 덮칠 것”
2030년 신차 두 대 중 한 대는 전기차
전기차 시대가 바싹 다가오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재편도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에 10년간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구조조정 파고가 덮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완성차 진영에서 글로벌 빅4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늘 있었지만 이제는 올 때까지 왔다고 본다”며 “전기차시대에는 100년 역사의 레거시(전통) 완성차업체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전기차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탈리아·프랑스의 전통적인 강자가 생존 위협에 노출될 것이란 지적이다.
신흥강자·IT업체·기존 차업체 간 경쟁 전망
고태봉 센터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갖춘 곳은 테슬라·폴크스바겐·GM·현대차·도요타 정도인데, 폴크스바겐이 이번에 치고 나오면서 나머지 업체의 전기차 전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거시 업체와 신흥 강자들 간에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도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업체간 주도권 다툼도 본격화하고 있다. 박철완 교수는 “폴크스바겐의 배터리 자급화 선언은 전기차 시대 헤게모니를 완성차가 쥐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배터리 제조사는 완성차가 요구하는 스펙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전기차 생태계·인력풀 늘려야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 약 6%인 현대차그룹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배터리 내재화 측면에선 후발 주자로 꼽힌다. 또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과 ‘배터리동맹’을 구축했지만, 배터리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또 업계에서는 한국이 전기차 대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완성차·배터리 관련 인프라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전기차 시장은 자율주행 완성도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관건”이라며 “독일은 자동차산업 엔지니어가 12만명, 한국은 5만명이다. 현대차는 부품업체와 협력해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력풀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부품산업의 전기차 사업전환, 연구개발 투자, 인력 양성을 위한 패키지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시장조사기관 EV볼륨즈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42% 성장한 462만대(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 포함), 2025년은 1276만대로 전망된다. 또 2025년 제조사별 판매 대수는 테슬라가 250만대로 1위, 이어 폴크스바겐(150만대)·GM(80만대)·르노닛산얼라이언스(60만대)·현대차(50만대) 등의 순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