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카드론까지 끌어 '빚투'
연령대로 보면 20대(29세 미만 18.5%)와 60세 이상(16.6%)의 카드론 잔액 증가 속도가 뚜렷하다. 카드론 잔액이 가장 많은 40대(40세 이상~49세 이하)의 증가율(8.2%)과 비교해도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20대가 사용한 카드론은 1조1410억원(지난해말 잔액)이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증가율(18.5%)로 따지면 1위다. 지난해 집값과 주가가 들썩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에 나서며 카드사 대출까지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대출이라 돈에 꼬리표는 없지만 (20대의) 카드론이 크게 늘어난 지난해 9월 이후와 주가 급등 시기가 겹친다"며 "빚투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상대적으로 신용도(신용점수)가 낮은 20대는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 문턱이 낮은 카드론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급여소득 낮은 고령자는 '생활 빚'
전문가들은 급여소득이 낮은 60세 이상 고령자의 신용카드 대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생계비 등의 수요로 인한 ‘생활 빚’으로 본다. 만일 자영업자라면 밀린 월세나 외상대금을 메우기 위해 카드론을 썼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노인 일자리사업이 중단되는 등 일거리가 크게 줄어 고령자는 카드빚으로 생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지난해 카드론을 늘린 20대와 60대가 연체 등의 약한 고리가 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상 징후는 결제 금액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달로 미루는 신용카드 리볼빙 수치다.
지난해 말 리볼빙 잔액(5조6500억원)은 1년 사이 2.5% 줄었지만 20대와 60세 이상만 전년 대비 6% 이상 잔액을 늘렸다. 카드값을 제때 갚지 못하고 다음달로 미룬 금액이 늘었다는 의미다. 리볼빙으로 당장 연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매달 미룬 이용대금(원금)과 이자가 쌓이며 빚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신한카드, 연 14~18% 금리 이용객 45%
코로나19 여파로 실물 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신용카드 빚이 늘어나면 가계 빚 부실 위험도 커진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 연체가 늘어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가 많은 카드론이 늘었다는 것은 경제 전반적으로 안 좋은 신호”라며 “금리 상승기에 가장 약한 고리가 될 수 있어 빚 규모나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론 대출이 크게 늘었으나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이 줄어 전체 대출 증가세(전년 대비)는 통상적인 부채관리 목표치인 6%를 넘기지는 않았다”며 “당장 부실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염지현ㆍ홍지유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