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7일 오전 9시 경기도 수원에 있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부문 사장을 포함해 주주·기관투자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김기남 부회장 “100년 기업 기틀 마련하겠다”
이날 상정된 ▶특별배당금 10조7000억원(주당 1578원) 등 재무제표 승인 ▶사외·사내이사 재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등은 모두 가결됐다.〈도표 참조〉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및 재판 과정에서 경영권 견제가 미흡했다”며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사외이사 연임 반대를 권고했으나 80%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김선욱 사외이사도 79.48%가 찬성해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재선임됐다.
“해임해야” vs “복귀해야”
주총에 참석한 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은 출근 형태만 비상근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직(職)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사회가 이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주주들은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부회장이 조속히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주주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발언이 나오자 주총장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사업 결정 등에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 상황과 법 규정을 종합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외부감시위원회에 불과한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취업을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사업 결정 등에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 상황과 법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미래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김 부회장은 파운드리에 대해 “공정 경쟁력과 공급 능력은 글로벌 선두업체에 비해 손색이 없다. 효율적 투자를 통해 (세계 1위인 TSMC와)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답했다. 고동진 사장은 반도체 공급 부족과 관련해 “아직 100% 해결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2분기 상황이 조금 문제가 되는데, 사업부문장들이 고군분투하는 만큼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8살 초등생 주주도 참석…‘국민주’ 실감
삼성전자 측은 최대한 많은 주주가 주총에 참여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온라인 생중계와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주총장 내부는 2m 이상 간격을 뒀으며 지정좌석제로 운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주총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 주주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수 통과’대신 전자표결…“젊어진 주주 배려”
한편 이날 열린 삼성SDI와 삼성전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등 상정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수원=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