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서에서 연구원은 “미·중 경합(博弈·게임)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북·중, 한·중, 한·미 등 양자 관계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다”며 “한·중 관계는 근성과 활력을 보였고, 한·미 동맹은 균열을 보였으며, 북·중 관계는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中 외교부 직속 싱크탱크 '외교청서' 발간
"美, 한반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 가능성"
"北, 몸값 높이려들면 美 군사카드 쓸 수도"
하지만 북·중은 미국의 반중(反中) 정책에 북한 외무성이 나서 중국을 지지하고, 중국군의 한국군 개입 70주년을 계기로 양국 간 각종 기념 활동을 펼치며 협력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 간 통화, 양제츠 정치국 위원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과 10가지 중요 공동인식을 달성한 것을 열거하며 활력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민주주의를 앞세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국인 한국의 가치관 외교를 평가하면서 민주주의를 뺀 채 중국 외교의 레토릭인 ‘인류’와 ‘공동’을 강조한 것이다. 여러 방면에서 펼쳐질 미·중 경합에 대비해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관계에 대해 청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 북·미가 대화를 재개하면서 관계가 개선되는 경우다. 단 경제가 어려운 북한이 먼저 자제하고 관망하면서 타협적으로 나올 때 관계 개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둘째 북·미가 대화에 조건을 제시하면서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북한은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하거나, 미국이 우선적인 핵 폐기 조치를 요구할 경우 현재의 교착상태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충돌 가능성이다. 청서는 북한이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인권문제로 북한을 공격하면서 금융 수단으로 북한을 제재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가 군사 수단으로 북한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청서의 핵심은 북한이 아닌 한국을 겨냥한 부분이다. “미국은 한국에 미국·일본·호주·인도 협력체(쿼드), 클린 네트워크 계획 등에 한국의 가입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한반도에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서는 그러면서 “한국의 선택 여하에 한반도 정세의 긴장 여부가 달려있다”며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전략에 끌어들일 경우 한·중 관계는 틀림없이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라고 엄포성 전망을 내놨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