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16일 2022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문·이과 통합이 핵심인 2015년 개정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된 개편이다. 국어는 독서와 문학이 공통이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올 수능 국어·수학 선택과목 도입
사탐·과탐, 과 구분없이 2과목 선택
EBS 연계율은 70%→50%로 축소
선택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수험생마다 과목별 조합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단순 계산하면 선택과목이 국어에서 2개, 수학 3개, 탐구 17개 중 2개로,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816개에 달한다.
그렇다 보니 혼란해 하는 수험생들도 많다. 고3인 김모(18·서울 영등포구)군은 “수능을 보기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며 “선택과목도 다양하고, 대학별 반영비율도 달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커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상위권의 경우 수학에 강한 이과 학생들이 미적분·기하를 선택하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문과 학생들보다 표준점수·등급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평가원은 “국어·수학에서 최종 점수를 산출할 때 선택과목별 점수 보정을 해 유불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수능과 EBS 연계율이 50%로 줄고 영어가 간접연계로 전환되면서 학생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간접연계는 EBS 교재 지문과 주제·소재·요지 등이 유사한 지문을 출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예전처럼 영어 EBS 지문만 외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EBS 교재 외에 다양한 지문을 읽고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늬만 문·이과 통합 수능이 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수학·과학의 선택과목을 지정해 칸막이를 뒀다. 수학은 미적분·기하 중 한 과목, 탐구영역은 과학 중에서만 두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대학에서 문·이과를 구분해 학생을 선발하는데, 수능에서만 칸막이를 없애는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며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학생·교사 혼란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전민희·문현경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