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SNS에선 ‘#Oscars_So_White(오스카는 백인만의 잔치)’란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그해 감독상·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 유색인종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아시아계와 흑인 등 유색인종에게도 대거 문이 열렸다.
아카데미상 ‘비백인·여성’ 후보 최다
주·조연상 20명 중 유색인종 9명
첫 한국계, 첫 무슬림 후보도 올라
여성 후보 총 70명 등 다양성 최고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된 ‘미나리’의 윤여정은 상을 타게 될 경우 제30회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탄 일본 배우 고(故)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계 수상자가 된다.
미국 NBC는 이날 “틀에 박힌 백인 남성 중심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물러나면서 훨씬 더 다양한 후보를 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역대 가장 다양한 오스카 후보들”이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유색인종을 후보에 포함한 것만이 아니었다. 남우주연상 후보 5명 중 3명이 비백인으로, 유색인종이 다수를 차지하는 일이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 일어났다. 스티븐 연, 리즈 아메드 외에도 영화 ‘블랙 팬서’로 잘 알려진 흑인 배우 고(故) 채드윅 보스만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후보에 호명됐다.
올해 여우주연상 후보에서도 흑인 배우들이 돋보였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주연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56)는 이번이 네 번째 아카데미 후보 지명으로, 흑인 여배우로서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 2017년 영화 ‘펜스’로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의 안드라 데이(37)도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막강한 수상 후보다.
CNN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후보 리스트를 발표하자 감독과 배우, 제작진 등을 통틀어 모두 70명의 여성이 지명됐다는 점을 조명했다. 역대 최다다. 한 사람이 각기 다른 부문에서 여러 번 지명된 것을 포함하면 76차례에 달한다.
이중 가장 주목받은 건 감독상 후보에 오른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39) 감독이다. 그는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데다, 작품상·각색상·편집상 후보에도 올라 가장 많은 부문에 호명된 여성 후보라는 기록도 세웠다. 자오는 앞서 ‘노매드랜드’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으로서 두 번째로 황금 사자상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여성 감독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그와 함께 오른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메랄드 페넬 감독 역시 여성으로, 여성 감독 2명이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