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슬라의 꿈…서학개미, 테슬라 주가 급락에도 짝사랑

중앙일보

입력 2021.03.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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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40)씨는 지난 5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식을 주당 591달러에 매수했다. 지난 1~2월에만 해도 평균 매입 단가는 793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5일 테슬라 주가가 600달러 아래로 급락하자 ‘물타기’(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에 들어갔다. 이씨는 “(테슬라) 주가가 갑자기 많이 내렸다. 조만간 반등할 것이란 생각에 800만원어치를 추가 매수했다”고 말했다.
 
용감함일까, 무모함일까. 테슬라 주가가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지만 오히려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가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12일(결제일 기준)까지 국내 투자자는 테슬라 주식 3억751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지난달 16일의 거래 내역이 반영돼 있다. 테슬라 주가 800달러 선이 무너졌던 날이다.

최고점 대비 21% 떨어졌지만
반등 예상, 되레 공격적 매수
보름간 3억 달러 넘게 사들여
시장점유율도 약세, 전망 불투명

곤두박질 친 테슬라 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 25일 장중 900.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른바 ‘천슬라’(주가 1000달러)를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이후 80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중순을 고비로 급락했다. 지난달 23일에는 700달러 선이 무너졌고 지난 5일에는 600달러 아래로 밀렸다. 지난 8일에는 563달러로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가 반등하면서 지난 12일에는 693.73달러로 마감했다. 하지만 사상 최고였던 지난 1월 26일(883.09달러)과 비교하면 21.4% 급락한 수준이다.
 
지난해 테슬라를 비롯해 나스닥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한 종목들은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사상 최저(연 0.51%)를 기록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연 1.6%대까지 뛰어올랐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도 부진한 모습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점유율은 69%였다. 1년 전(81%)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제너럴모터스(GM)·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했다. 테슬라 독주 체제가 끝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학개미 사이에선 테슬라의 주가 급락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빗나간다면 서학개미의 투자 손실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주가가 많이 내리자 ‘돈 좀 벌어보자’며 테슬라 주주가 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손실을 줄이려 물타기에 나선 기존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미국의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테슬라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중 37%가 ‘매수’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20%)보다 크게 늘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중국 판매 증가와 유럽 공장 가동, 사이버트럭·세미트럭 양산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로 배터리 원가도 오르는 국면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 점유율은 빠지는 상황이라 주가가 치고 올라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