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당은 독일 '슈퍼선거의 해'의 막을 연 14일(현지시간) 두 곳의 주의회 선거에서부터 패배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날 독일 ZDF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라인란트팔츠주에서 각각 녹색당과 사회민주당(SPD)의 지지율이 기민당을 8%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극우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자유민주당(FDP)이 각각 12.5%, 11.0%를, 사회민주당(SPD)이 10.5%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돼 녹색당은 흑·녹(기민‧녹색) 연정에서 벗어나 사민당, 자민당과 각각의 정당 상징색에 따라 빨·노·초의 '신호등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라인란트팔츠주에서도 출구조사 결과 사민당이 33.5%, 기민당은 25.5%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8년째 집권 중인 말루 드레이어 현 주총리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라인란트팔츠주는 독일 16개 주 중 유일하게 5년째 사민당, 자민당, 녹색당으로 구성된 신호등 연정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번 패배의 원인으로는 기민당 정치인들이 연루된 '마스크 스캔들'이 꼽힌다. 정부 마스크 조달 사업에 여권 정치인들이 개입해 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았다는 게 드러나면서다. 기민당의 니콜라스 뢰벨 의원과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 게오르그 뉘슬라인 의원 등이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사민당 유력 차기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이번 선거는 CDU를 배제한 연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대로 지지율 하락이 이어진다면 기민‧기사당 연합 없이도 정부를 꾸릴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기민‧기사당 연합은 사민당와 연정을 이루고 있다.
독일은 오는 6월 6일 작센안할트주 주의회 선거를 치른 뒤 곧이어 9월 26일엔 연방하원 선거와 베를린시·메클렌부르크포폼메른주·튀링엔주 세 곳의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새 연방하원은 16년 만에 메르켈 총리를 이을 새로운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다. AP통신은 “이대로라면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