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글러의 부인인 케이 G. 헤글러는 1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주 슬픈 발표를 하게 돼 유감이다. 오늘 불행하게도 내 사랑하는 남편 ‘마블러스 마빈(Marvelous Marvin·헤글러 별칭)’이 이곳 뉴햄프셔의 집에서 예기치 못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공개했다. 헤글러는 슈거 레이 레너드(65·미국), 로베르토 두란(70·파나마), 토마스 헌즈(63·미국)와 함께 1980년대 중(中)량급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F4’(패뷸러스 4) 중 한 명이다.
1980년대 미들급 전성기 연 주역
두란·헌즈·레너드와 F4 명성
3대 기구 통합 챔프, 성실한 복서
헤글러가 더욱 유명해진 건 라이벌과 잇단 맞대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1983년 국제복싱연맹(IBF) 미들급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이어 미들급으로 체급을 올린 두란을 맞아 15회 판정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두란의 세 체급 석권을 막았다. 1985년엔 역시 미들급으로 체급을 올린 헌즈마저 3라운드 TKO로 꺾었다. 은퇴한 레너드가 이 경기를 해설했다.
헤글러는 1987년 은퇴를 번복하고 링에 돌아온 레너드와 맞붙었다. 레너드와 대결하기 위해 챔피언 벨트 3개 중 2개를 포기했다. 승부는 그의 판정패로 끝났지만, 판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그의 우세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레너드는 그의 재대결 요청을 거부한 채 은퇴했고, 1988년 그 역시 “기다리는 데 지쳤다”며 은퇴를 발표했다. 통산 전적 67전 62승(52KO) 2무 3패.
은퇴 후 이탈리아에 건너가 몇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전 부인 베르타와 사이에 5명의 자녀를 뒀으며, 현 부인 케이는 이탈리아에서 만났다. 1993년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과 세계 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화려함보다는 성실함으로 다져진 탄탄한 복싱을 보여준 덕분에 ‘마블러스(경이로운) 마빈’으로 칭송받았다. 레너드는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한 인터뷰에서 “(헤글러와 대결은)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다고 느꼈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