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초승달’일까 ‘초생달’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1.03.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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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은 잰 며느리가 본다’는 속담이 있다. 초승달은 떴다가 금방 지기 때문에 부지런한 며느리만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슬기롭고 민첩한 사람만이 미세한 것을 살필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초승달’은 음력으로 매월 초하루부터 며칠 동안 뜨는 달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그런데 ‘초승달’을 ‘초생달’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어찌 보면 그달의 시작 지점에서 생기는 달이므로 ‘초생(初生)+달(月)’의 구조로 ‘초생달’ 표기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초승달’이 맞는 말이다. 여기에서 ‘초승’은 음력으로 그달 초하루부터 처음 며칠 동안을 뜻하는 말이다. ‘초승’은 ‘초생(初生)’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생(生)’이 다른 글자와 결합하는 경우 음이 ‘승’으로 바뀌고 바뀐 형태인 ‘승’으로 적을 때가 있다.
 
사극을 보면 “내 그대와 금생엔 인연이 아니었지만 저승에선 꼭 부부의 인연을 맺겠소” 등과 같은 대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등장하는 ‘금생’과 ‘저승’이 이런 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뜻하는 ‘금생(今生)’에선 ‘생’으로 쓰이지만,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사는 세상을 의미하는 ‘저승’의 경우 바뀐 음인 ‘승’으로 사용된다. ‘금생’과 같은 뜻인 ‘이승’ 또한 ‘승’으로 바뀐 형태가 표준어가 됐다.


‘초승달’ 역시 ‘초생’으로부터 온 말이지만 ‘생’이 ‘승’으로 변한 ‘초승달’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그 여자는 초승달 같은 눈썹을 한 미인이었다” “산머리에 낫 같은 초승달이 걸렸다” 등처럼 사용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