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오전 공수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 사건을 검찰 수사팀에 다시 이첩하여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재이첩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공수처가 자체 수사팀을 아직 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검찰·경찰국수본 3가지 안
9일 동안 재고 쟀던 '김진욱 스타일'
“검사 범죄 공수처 직접수사가 최선이지만…”
특히 공수처법 제25조 제2항은 ‘(공수처 검사 이외)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원지검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검사장과 이규원 검사를 공수처에 이첩한 것도 이 조항 때문이다.
김 처장은 이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게 가장 좋다”면서도 “그러나 수사 인력이 준비되지 않은 현실적인 여건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결심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1달 뒤 수사하면 뭉개기 논란…피하겠다”
김 처장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 인력을 파견받아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특히 검사를 파견받아 수사하는 건 공수처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밖에 없었다고 김 처장은 밝혔다.
“경찰 이첩도 부적절”…이성윤 셀프 수사 위험
또한 김 처장은 “이 사건이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불법 출금을 요청한 것으로 지목되는 피의자도 검사, 이 검사에 대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람도 검사, 외압을 받았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검사”라고 하면서다.
“LH 사태 관련 경찰 수사력에 여론 의문도 고려”
이번 결정을 놓고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중립성과 독립성, 공정성, 이에 대한 외부 평가까지 두루 고려하는 특유의 ‘김진욱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처장 스스로 “전날(11일)까지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는 안에 무게를 뒀지만 결국 막판에 뒤집었다”고 밝힌 대목이 대표적이다. 김 처장과 가까운 한 변호사는 “어떤 결정을 할 때 굉장히 신중한 김 처장의 성격이 이번에도 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 수사하든 검찰 또는 경찰 국수본으로 보내든 어떤 경우에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김 처장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법조계 일각에선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선 공수처가 전속 관할권을 갖는다”며 “이첩받은 사건을 재이첩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해석이 맞는다면 검찰이 사건을 기소하더라도 법적 절차상 하자 탓에 공소기각 판결이 날 수 있다. 피의자인 이성윤 검사장도 같은 주장을 펼친 적이 있다.
김진욱 “검찰 수사 뒤 공수처가 기소 맡을 수도”
김 처장은 “추후 수원지검으로 간 사건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여지를 열어 놓았다. 공수처법 제24조 제1항에 따르면 공정성 논란 등을 고려해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 이럴 경우 공수처와 검찰 사이에서 사건이 3번 오간 셈이 돼 ‘핑퐁’ 논란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김 처장은 “검찰이 수사한 이후 기소는 공수처가 맡을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