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안 사는 벌집 다닥다닥…"투기 의심"
이곳에 들어선 벌집들은 한 블록당 20여채씩 모두 50~60채에 달했다. 좁은 길을 따라 나무를 실은 대형 트럭이 쉴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주민 이모(84)씨는 “지난해 7월께부터 트럭이 수십여대 드나들더니 흙을 쌓고 주택을 올렸다”며 “집만 지어놓고 왕래가 없어서 누가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의 집 앞은 원래 고추나 파를 기르던 가파른 밭이었다고 한다. 조립식 주택을 지으면서 성토를 높게 하는 바람에 지금은 이씨의 집이 오히려 낮아진 상태다.
[르포] 벌집촌 된 청주 넥스트폴리스 예정 부지
마을 자투리 땅까지 나무 밭 빼곡
이렇게 지은 집에는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았다. 또 다른 주민 이모(71)씨는 “개발 계획을 입수한 외지인들이 벌집을 짓는 바람에 동네가 누더기가 됐다”며 “보상금을 노린 계획적 투기행위 같다”고 말했다. 넥스트폴리스가 들어설 청주시 청원구 정상·정하·정북·사천동 일원은 한해 건축허가가 10여건에 불과할 정도로 외진 마을이었다. 하지만 산단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청주시가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한 그해 8월 22일까지 200건으로 20배 정도 폭증했다.
마을에는 빼곡히 심은 나무밭도 여럿 보였다. 수령은 오래됐으나 가지를 자른 대추나무, 박달나무, 소나무가 있었다. 마을 한복 판에 있는 논에도 흙을 덮은 뒤 4~5m 길이 나무가 촘촘히 심겨 있었다. 이들 나무는 간격이 1m 정도로 빈틈이 없었다. 한 주민은 ”지난해 8월께 산과 밭을 임대한 뒤 마구잡이로 나무를 심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한 임대인은 개발예정지 경계에 논을 빌려 나무를 잔뜩 심었다. 누가 봐도 나무 보상을 노린 행위인데 시에서 투기행위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스트폴리스 등 산단 3곳 투기 조사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