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이번 합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공평한 방위비 분담 수준을 만들어냈다. 이는 정부가 방위비 협정의 기본 틀을 지켜내고 객관적 근거와 논리 바탕으로 당당하게 협상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특히 미 측이 급격한 분담금 인상을 위해 강하게 주장했던 준비태세 항목이 신설되지 않도록 했고, 단순히 금액이 아닌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2020년 1월1일부터 약 1년 3개월 간 이어진 초유의 협정 공백 상태는 해소됐다. 특히 1년 넘게 공전을 거듭해온 협상을 바이든 행정부 출범 48일 만에 마무리지으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상처받은 한ㆍ미 동맹 회복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협정의 골자는 ▶협정 기간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유지되는 6년으로 하되 ▶협정 공백 상태로 이미 지나간 2020년 방위비는 2019년의 금액(1조 389억원)으로 동결하고 ▶2021년을 사실상의 협정 첫 해로 인정, 전년 대비 13.9% 인상한 1조 1833억원을 한국이 분담하며 ▶향후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해 매해 한국이 내는 방위비 총액도 인상한다는 것이다.
한ㆍ미가 방위비 협상을 할 때마다 입장 차를 보이는 쟁점은 첫 해의 총액, 연간 인상률, 협정 기간, 제도 개선 등 네 개다. 이를 패키지를 묶어 주고받기를 통해 협상을 타결하는 게 통상적이다.
지난해 한국 '13%대 인상안'이 기준점
문제는 연간 인상률이다. 기준이 되는 국방비 증가율 관련,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방 중기계획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재원 300조 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연 평균 증가율로 환산하면 매해 6.1%씩 오르는 셈이다.
총액 대폭 인상에 집착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방위비 협상(10차 SMA) 첫 회의가 열린 2018년 3월 당시 처음 요구한 금액은 1.5배 증액, 약 1조 4400억원이었다. 이번에 합의한 11차 협정에 따라 매해 국방비 예상 증가율을 적용하면, 협정 마지막해인 2025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총액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2019년 9월 시작된 11차 SMA 협상 때도 미국이 처음에는 50억 달러(약 6조 1000억원)로 5배 증액을 요구했지만, 막판에는 13억 달러(약 1조 5900억원)까지 액수를 낮췄다.
매해 6.1%씩 인상, 사실상 고정되나
결국 총액이나 연간 인상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바가 상당 부분 달성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떠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승자였고, 효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누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이유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처음에 무지막지하게 나오던 차에 이 정도면 선방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지난해에 실무선에서 한ㆍ미가 합의한 게 있으니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왔다고 해서 인상률이나 총액을 낮추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트럼프 효과로 바이든 행정부가 덕을 봤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주한미군의 보다 안정적 주둔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우리 국력에 맞게 동맹을 위해 책임 있게 기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방비 증가율은 국내의 예산 상황, 안보 상황 등에 있어 우리의 상황을 대변하는 지표"라며 "우리 국내 상황과 안보 상황이 연동되고,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방위비 분담금 체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정은보 대표도 영상을 통해 "국방비 증가율은 우리의 재정능력과 국방력을 반영하고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면 국민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뢰할만한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말했다.
유지혜ㆍ정진우ㆍ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