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80)와 자녀들(2남 1녀)이 밤낮으로 돌봤다.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달걀 프라이를 빠트리지 않았고, 고깃국을 끓였다. 이마저 안 먹으면 숟가락으로 꿀물을 먹였다. 권씨는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며느리들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했다. 8명의 손자 재롱을 즐겼고 “공부 열심히 해라”고 당부했다.
작년 병원 객사 사상 첫 감소
요양병원 자녀 면회 금지 탓
가정돌봄 여건 안 돼 아우성
“요양보호사 8시간으로 늘려야”
연명의료가 확산하면서 의료기관 사망이 수십 년째 증가해오다 지난해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망장소가 의료기관인 사망자의 비율이 2019년 77.1%에서 지난해 75.6%로 떨어졌다. 주택 사망은 13.8%에서 15.6%로 늘었다. 병원 사망, 즉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숨지는 객사(客死)가 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요양병원 면회 금지(제한)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뇌종양 환자(60)는 서울대병원에서 지난해 중순 말기 진단을 받았다. 호스피스로 가려 했으나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요양병원은 면회가 금지된다는 말을 듣고 생각도 안 했다. 집으로 갔다. 자녀 둘은 해외에 살고, 한 명은 어린 자녀가 있어 환자 아내가 간병을 도맡았다. 여명이 얼마 안 돼 간병인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욕창이 생겼고, 의식 저하로 이어졌다. 폐렴이 따라왔다. 응급실에 갔다가 고생한 적이 있어 거기도 거부했다. 서울대병원 측이 임종 준비 교육을 했다. 하지만 환자가 계속 끙끙 앓았고, 열이 나자 1인 간병이라도 가능한 요양병원을 알아봤다. 그러는 새 환자는 숨을 거뒀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요양병원 면회가 제한되면서 재택임종 선택이 늘었지만 돌봄 인프라가 안 돼 있다보니 오히려 고통이 커져 임종의 질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말기 암환자는 집에서 통증 조절이 잘 안 돼 힘들어한다. 또 임종 직전 응급실로 실려 와서 사망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가정임종의 전제조건은 24시간 보살핌이다. 인천성모병원 김대균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은 “가정임종 기반을 넓히고 질을 높이려면 간병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요양보호사 파견 시간을 하루 4시간에서 8시간으로 늘리고, 말기 환자의 등급판정 소요 시간을 단축하고, 64세 이하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간병 애로 때문에 가정호스피스 제공기관이 39개에서 늘지 않는다”며 “의사의 가정 방문을 늘릴 수 있게 수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암센터 조현정 호스피스완화의료실장은 “외국은 지역사회의 돌봄 서비스가 다양하다. 영국은 주치의 왕진이 활성화돼 있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말기 환자 집에서 1박 2일 간호하기도 한다”며 “우리는 집에 가는 의료서비스가 가정간호·가정호스피스밖에 없다. 누군가가 24시간 돌봐야 하는데, 지역사회의 다양한 돌봄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