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의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현재 접종에 들어간 111개국 중 10여개 국은 연내 집단면역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하루 평균 접종 횟수, 인구수 등을 근거로 추산한 결과다. 하지만 집단면역 도달 시점이 국가별로 차이가 나는 '면역 격차'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 팬데믹 1년
블룸버그, 하루 접종 횟수와 인구로 추산
미·영 9·10월에 인구 75% 2회 접종 완료
국가별 수개월서 최장 10년 격차 추산
물량 늘고, 접종 본격화하면 일정 당겨져
백신 여권 도입·추진 17개국 달해, EU도
다만 백신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접종이 본격화하면 집단면역 도달 시점은 이보다 앞당겨진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난달 초 전 세계가 집단면역 수준을 이루는 데 7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으나, 최근엔 4년으로 예측해 한 달 만에 3년이 당겨졌다.
연내 집단면역이 예상되는 나라들은 이미 일상 회복의 시동을 걸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3월 말까지 모든 성인의 백신 접종을 마치고, 4월까지 봉쇄를 완전히 푸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0일 접종에 돌입한 이스라엘은 인구의 42.3%가 2회 접종까지 완료했다.
미국에선 6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2977만6160명(인구의 9%)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하루 평균 200만회 분 이상의 접종이 이뤄진 결과다.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이 얀센 백신도 긴급 사용 승인하면서 접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모든 성인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시점을 당초 오는 7월에서 5월로 두 달 앞당기기도 했다. 접종이 속도를 내고, 하루 확진자 수가 대폭 감소하자 미국의 주 정부들은 일부 상업시설의 문을 여는 등 속속 방역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영국 역시 최근 하루 평균 34만 회분 이상 접종 등 속도가 붙고, 확진자가 급감하면서 오늘 6월 완전한 봉쇄 해제를 계획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리스, 키프로스 등과 백신 여권 소지자에게 자가격리 등을 면제하는 협정을 맺었다. 현재 백신 여권을 도입했거나 추진 중인 국가는 17개국에 이른다. 미국과 영국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27개 회원국이 있는 유럽연합(EU)도 백신 여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이런 나라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집단면역 목표 시점을 올 11월로 밝힌 데 대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하고, 물량이 제때 들어올지도 불확실해 정부가 밝힌 11월 집단면역 형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면역 격차'는 후발국에 '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집단면역을 빨리 얻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교류와 무역이 재개돼, 경기 회복 속도에서도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7일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은 대체로 올해 말쯤 집단면역을 이루는 반면, 신흥국은 나라별로 편차가 큰 가운데 대체로 내년 중반 이후에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올해 2분기를 지나며 경기 회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이지만 신흥국은 연말 이후에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고소득 국가가 집단 면역을 달성하더라도 개발도상국 등이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할 경우 올 세계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약 9조 2000억달러(약 1386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선영·정영교·석경민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