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전국정치협상회의 개막식으로 막을 연 2021년 양회(정협과 전인대)는 베이징을 뒤덮은 스모그처럼 베일 속에서 시작됐다.
올해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취재는 중앙일보를 포함해 선별된 23명의 외신 기자에게만 허용됐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전 6시 바리케이드가 곳곳을 차단한 베이징의 중심 장안대가를 지나 인민대회당에서 서쪽으로 1.6㎞ 떨어진 화빈(華濱) 호텔에 도착했다. 붉은 카펫이 깔린 소독 통로와 체온 측정 카메라를 지나 로비에 들어서 “매체 공작조 핵산 검사” 안내판을 따라 2층 홀에 들어갔다. 입구에서 시약을 받아 홀 안쪽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검사 요원을 향했다. 구강 핵산 검사를 받는 동안 외신 사진 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정협 개막식을 두 시간 앞둔 오후 1시, 검사 결과 통보도 없이 버스 탑승을 안내하는 문자가 날아왔다. 버스는 장안대가를 통해 텅 빈 천안문 광장의 남쪽에 정차했다.
실제 인민대회당 입장부터 진행 요원은 연신 규정을 외쳤다. 소지품 검색 요원은 충전기 휴대를 불허했다. 정문 밖 휴대폰 보관대에 보관을 요구했다. 삼각대도 사전 신고 품목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할 수 없다며 막아섰다. 일말의 융통성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정협 개막식은 ‘원톱’으로 우뚝 선 시 주석의 위상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주석단 시 주석의 좌석에는 다른 상무위원과 달리 두 개의 찻잔이 놓였다. 좌석 사이의 간격도 시 주석,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순서로 좁아졌다. 권력의 크기를 눈으로 보여줬다.
3시 정각 시 주석을 필두로 7명의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정협 주석단이 입장하자 만인 대회당 1층을 메운 정협 위원 2106명은 절도 있는 박수로 환영했다. 4일 왕양(汪洋) 전국정협 주석이 30여 분간 낭독한 A4 용지 12페이지 분량의 2021년 정협 업무보고에는 총 10차례 시 주석의 이름이 등장했다. 지난 2017년 10월 19차 당 대회 개막식 당시 외신이 주목했던 정치보고에 ‘시진핑’ 이름이 없었던 것과 대조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막강해진 시 주석의 위상을 웅변했다.
‘홍콩 선거제도에 관한 결정’ 전인대 심의 안건 상정
이날 밤 인민대회당과 미디어센터를 화상연결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장예쑤이(張業遂) 전인대 대변인은 홍콩 선거제 개편을 공식 선언했다. 장 대변인은 “‘애국자의 홍콩통치’ 원칙을 전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제도 보장을 제공해야한다”며 “홍콩 선거제도를 제한하는 결정은 전인대의 권력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선거제도에 대대적인 제약을 예고한 셈이다. 이번 전인대 폐막식에서 통과될 ‘홍콩 선거제도에 관한 결정’에 따라 오는 9월로 예정된 홍콩 입법회(국회 격) 선거와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