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오늘은 쿠데타가 발생한 2월 1일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다. 미얀마에서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사망자들의 피격 부위가 머리 부분에 집중되면서 현지에선 군경이 시위대를 조준 사격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위 현장 의료진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부상자들 대부분이 머리를 다쳤다”고 밝혔다.
미얀마 제2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시위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19세 여성 치알 신도 이런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경찰의 최루탄 살포에 이은 총격에 머리를 맞았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페이스북에 자신의 혈액형을 기록해 놨지만 손 쓸 새가 없었다.
그의 티셔츠에 적힌 ‘다 잘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 문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통해 퍼지며 시위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치알 신은 이날 시신 기증 의사를 밝힌 팻말을 목에 거는 등 죽음을 각오한 채 시위에 나섰다고 한다. 그와 태권도 수업을 함께 받았다는 미얏 뚜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는 시위 현장에서 최루액을 씻어 낼 수 있도록 수도를 열고 ‘총알에 맞을 수 있으니 앉으라’고 시위자들에 당부하기도 했다”며 “다른 사람들을 챙기고 보호하던 친구였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치알 신이 피 흘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다 잘될 거야'라는 문구가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잇따른 희생에 현지에선 국제사회의 실질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집단학살, 반인륜 범죄 등으로부터 각국이 자국민 보호에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가 강제조치에 나서도록 한 유엔의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은 오는 5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소집해 미얀마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질진 미지수다. 앞서 지난달 2일 열렸던 안보리 긴급회의에선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언론 성명만 나왔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자국민을 향한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군의 잔혹한 폭력을 모든 나라가 한목소리로 규탄할 것을 요구한다”며 미얀마 군정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버마에서 현지 군정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그 영향력을 버마 국민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건설적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제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