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찾은 세종시 첨단산업단지 내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2공장. 공장 출입문에서 내부로 100여m 들어가자 소성로(흑연을 굽는 과정) 컨베이어벨트가 바쁘게 돌고 있었다. 정규용 포스코케미칼 음극소재실장은 “지난해 공장 가동 후 외부인이 여기까지 들어온 건 처음”이라며 “중국을 의식해 그간 공장을 꼭꼭 숨겨왔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음극재 제조는 원료인 천연흑연을 코팅하고 소성하는 공정에 기술과 노하우가 담겨 있다”며 “설비 자체가 영업비밀”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업계 종사자라면 구조만 봐도 (포스코케미칼의) 공정이 노출될 수 있어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세종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2공장 르포
흑연으로 만든 이차전지 핵심 소재
구조만 봐도 공정 노출돼 보안 철저
신성장 투자 10년만에 일본 제쳐
중국 빅3 맹추격, 2030년 매출 23조
포스코는 2000년대 이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이차전지 소재를 선정하고 투자와 기술개발에 전력 투구해왔다.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자동차 소재 사업 영역을 강판에서 배터리로 넓힌 것이다. 2019년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포스코케미칼로 합병한 데 이어 지난해 말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1조2735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투자는 성과로 이어져 지난해 에너지 소재 분야 매출은 5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 늘었다. 2030년이면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만 23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리튬이온 전지 4대(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의 원료는 흑연이 널리 쓰인다. 양극재가 리튬이온 소스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한다면, 음극재는 미세한 흑연 입자 사이에 리튬이온을 쟁여뒀다가 배터리를 사용할 때 이를 방출해 전기를 발생시킨다. 배터리 수명을 좌우하는 음극재는 흑연을 다루는 기술이 핵심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2공장에는 8개의 소성로가 있었다. 어림잡아 수백개의 파이프로 연결된 5층 높이의 설비에서 표면처리를 한 미세한 흑연 입자는 소성을 거쳐 비로소 음극재 물질로 거듭난다. 그러나 20여분 간 공정을 둘러봤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시커먼 흑연 분말이 용기에 담겨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가는 것뿐이었다. 정 실장은 “10마이크로미터(㎛,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 미세 입자가 첨단 설비를 통해 가동되는 과정이라 눈으로 식별하긴 어렵다”며 “보이진 않지만, 흑연은 리튬을 많이 저장하기 위해 동그란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처럼 K-배터리 성장도 뒷받침할 것”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2공장 바로 옆에 2-2공장을 짓고 있다. 2-2공장은 2공장과 같은 8개의 소성로지만, 공정을 더 첨단화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늘렸다. 세 곳을 합한 생산 규모는 6만9000t이 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천연흑연뿐만 아니라 향후 인조흑연과 실리콘계 음극재 분야로 진출해 2030년까지 26만t 생산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구경모 그룹장은 “한국의 배터리 3사가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을 견인하고 있어 소재 분야도 이와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철강으로 한국의 자동차산업 성장을 뒷받침한 것처럼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도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