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프로 스포츠 무대를 누비는 두 한국인 스타가 만났다. 손흥민과 구영회가 화상 통화로 우정을 나눴다. 토트넘 구단은 3일 홈페이지에 두 사람이 등장하는 5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토트넘 손흥민-애틀랜타 구영회
다른 종목의 세계 정상급 키커들
구영회 “축구 게임도 토트넘으로”
손흥민 “NFL 런던경기 성사 기원”
구영회의 소개를 경청한 손흥민은 “나는 어릴 때부터 EPL 무대에서 뛰는 게 목표였다. 15세 이하(U-15) 축구대표팀 시절에 독일에서 건너온 스카우트가 나를 주목하면서 독일 무대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옛일을 되짚었다. 이어 “어린 나이에 고국을 떠나 생활하는 건 여러모로 힘들다. 박지성을 비롯해 유럽에서 뛰는 여러 한국인 선배들은 내 꿈이자 도전 목표였다. 이제 토트넘에서 꿈을 이뤘다”며 활짝 웃었다.
종목은 달라도 두 선수는 공통점이 많다.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해외 무대에서 프로 선수로 성공을 거둔 것부터 닮았다. 손흥민은 16세였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 유학 프로젝트 대상자로 뽑혀 독일 함부르크 유스팀에 건너갔다. 이후 레버쿠젠(독일)을 거쳐 2015년 토트넘에 합류했다. 이제는 토트넘의 에이스 겸 간판스타로 활약 중이다. 이적 시장 가치는 9000만 유로(1200억원)에 이른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유벤투스(이탈리아),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이상 잉글랜드) 등 빅클럽의 주목을 받고 있다.
킥 정확도가 뛰어난 것도 두 사람은 비슷하다. 구영회는 소속팀에서 전담 키커로 활약 중이다. 대학(조지아 서던대) 시절, 대학(NCAA) 미식축구 최우수 키커에게 주는 ‘루 그로자 어워드’ 후보에 오르는 등 킥 정확성을 자랑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합쳐 18골·15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코너킥 찬스 때는 붙박이 키커로 나선다. 등 번호 7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점도 두 사람의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다.
두 사람 만남을 주선한 건 토트넘 구단이다. 토트넘은 새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개장한 이후 NFL의 유럽 진출 파트너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2019년 시카고 베어스-오클랜드 레이더스전, 캐롤라이나 팬서스-탬파베이 버캐니어스전 등 NFL 두 경기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지난해에는 구영회의 소속팀 애틀랜타 팰컨스 경기도 열릴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토트넘이 NFL과 교류에 간판스타 손흥민을 활용한 셈인데, 같은 한국 출신 구영회와 깜짝 만남을 주선해 주목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영상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머지않은 미래에 직접 만나자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구영회가 “요즘엔 축구 게임을 할 때도 토트넘을 고른다. 토트넘 홈구장에서 경기할 기회를 놓쳐 아쉽다”고 먼저 운을 뗐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세계 최고 경기장이다. (NFL 경기) 일정이 다시 잡혀 런던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