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는 이 지검장과 이 검사 관련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넘긴다고 3일 밝혔다. 현행 공수처법엔 검사의 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문제는 출범한 지 한 달 남짓 되는 공수처는 수사 인력이 없어 다음 달에나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검사 2명, 검찰 파견 수사관 10명 등이 사건 수리와 이첩 등 기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직권남용과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에 사건을 다시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성윤 입장문 내고 "검찰로 재이첩 안 돼"
이 지검장은 "이는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공수처의 전속 관할을 규정한 것"이라며 "이 경우 검찰은 이를 되돌려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수원지검보다는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법조계 "재이첩은 공수처장 재량"
공수처법 25조 2항과 24조 3항이 모순되지 않은 내용인 만큼 재이첩할 수 있다고 보는 법조인이 적지 않다. 현직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반드시 검사에 대한 수사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공수처가 수사를 직접 할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게 할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공수처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이첩을 받은 후 재이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없는 만큼 이 지검장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재이첩은 공수처장의 재량이다"고 지적했다.
인력 없는 공수처가 검사들의 도피처되나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수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자신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고 싶은 게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수사 조직도 갖춰지지 않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없으면서 사건을 쥐고 있다면 그 자체가 수사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김진욱 공수처장의 판단에 따라 공수처의 실체가 드러날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