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독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8세부터 64세 이하의 성인만을 대상으로 접종하고 있다. 65세 이상에서 효과가 있다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결정은 모든 연령층에 접종을 권고한 유럽의약품청(EMA)과는 다른 입장으로 유럽 내에서 고령층에 대한 효능 논란을 촉발했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 등이 65세 미만에만 접종을 권고했고, 스위스는 이 백신의 사용 승인을 보류한 상태다.
"아스트라 백신이면 안 맞아"…예약 취소 줄이어
의료계의 반발은 65세 미만 일반인 접종 대상층으로까지 확대됐다. 각 지역 보건 당국에 따르면 자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되면 접종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쌓여갈수록 접종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독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7119명에 그쳤다. 반면 이스라엘은 인구 10만명당 9만2460명, 영국은 3만130명, 미국은 2만1770명이었다. 독일 중앙 의료보험연구소(ZI)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예약 취소가 계속될 경우 접종 일정도 최대 2개월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獨보건 당국도 "65세 이상으로 접종 확대" 고심 중
마르쿠스 죄더 독일 바이에른주지사는 현지 매체 빌트 암 존탁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부족 사태 속에 AZ 백신은 남아돌고 있다"면서 "AZ 백신을 남기거나 버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사람 누구든 맞도록 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계가 AZ 백신 거부 입장을 철회하고, 적극적으로 먼저 AZ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FT에 따르면 빈프리트 크레취만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지사, 미하엘 크레취머 작센주지사 등도 연이어 비슷한 주장을 냈다. 이들은 우선순위는 백신 품귀 현상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접종대상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령층에 사용하지 않은 여유분을 청년층에게 우선 돌아갈 수 있도록 접종 대상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건당국도 종전 입장을 바꾸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고하자는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토마스 메르텐스독일백신위원회(STIKO) 위원장은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AZ 백신 접종자 확대 여부에 대해 "곧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기피 현상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결코 비난한 적이 없다"면서 "6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도 오는 3일 연방정부·16개 주지사 회의를 열고 이 문제 논의할 예정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