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28조여원의 비용추계를 내놓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불과 석 달 만에 처리했다. 졸속이 아닐 수 없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끌고 야당이 밀어 처리한 특별법은 2월 19일 국회 국토위, 25일 법사위, 26일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과정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17일 열린 국토위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손명수 국토부 2차관이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도 “동네 하천 정비도 이렇게 안 한다”는 탄식이 터져나왔을 정도다.
국토부 등 반대 불구 3개월 만에 통과
안전, 비용, 환경 무시…피해는 국민에
그러나 국토부와 국방부·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표시한 우려는 무시됐고, 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만일 이대로 추진되고 첫 삽이라도 뜨게 된다면 공사비는 틀림없이 더 늘어날 것이다. 국토부는 사업비가 당초 부산시가 주장한 7조5000억원이 아닌 28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국토부는 또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무리하다는 기록을 남겼다. 보고서 말미에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고, 성실 의무 위반 우려도 있다”고 썼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가덕도를 방문해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향해 “신공항에 국토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를 향한 질책으로 들린다. 변 장관은 “반대처럼 비쳐 죄송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 과정에서 상당수 공무원이 직권남용 혐의로 중형에 처해졌다. 향후 가덕도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의 직권남용 문제가 정치 쟁점화됐을 때, 이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국토부의 보고서도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알리바이’ 입증용이란 분석도 있다.
안전성·경제성은 물론 시공·운영상의 숱한 문제가 예상되는데도 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여 커다란 오점을 남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선거를 의식한 묻지마식 토목공사가 몰고 올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