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 탓에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에 나서며 자산시장의 과열을 야기했던 ‘저금리 잔치’가 저물기 시작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25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9~3.65%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말의 1.99~3.51%와 비교하면 최저금리가 0.6%포인트 올랐다.
7개월새 신용대출금리 0.6%P 상승
변동금리가 대출 전체의 70% 차지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빚 총 1726조
국채금리 급등, 시장금리 더 오를 듯
한국은행이 매달 집계해 발표하는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8월 연 2.55%에서 올해 1월에는 2.83%까지 올랐다.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86%에서 3.46%로 0.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63%로 2019년 7월(2.64%)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는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대출금리 상승을 이끌었다. 각 은행은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신용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초에는 은행 간 대출 경쟁으로 금리가 내려갔지만, 현재는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은행 간 경쟁이 사라지며 자연스럽게 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물가상승 기대 등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국채 금리가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1년 만에 처음으로 연 1.5%를 넘었다. 지난달 초에는 연 1%였으니 한 달 만에 0.5%포인트나 올랐다. 한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달 26일 1.97%로 같은 달 1일(1.79%)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금리 2.63% 18개월래 최고…“저금리 시대 끝났다” 분석도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예금금리의 기반이 되는 1년물 국채 등 단기금리보다 대출금리의 기반이 되는 5년물 은행채 등 중기금리 상승이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하락기에 비중이 커진 변동금리 대출도 변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금리연동 대출 비중(신규 취급액 기준)은 지난해 1월 49.8%에서 올해 1월 70.2%로 늘었다. 특히 최근 ‘빚투’ 열풍으로 늘어난 신용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락장에 접어들 경우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만기 일시상환이 많은 현재 대출 구조에서는 (금리 상승의) 충격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연구원 송민규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당분간 기준금리가 낮게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면 가계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0~3년물 금리는 현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