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 맞는다고? 대단하다. 마스크 꼭 잘 쓰고 다녀라"
신씨가 다니는 병원은 다음 달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그는 병원 내에서 “접종을 안 한다는 이유로 피해를 주는 것처럼 바라보고, '마스크를 잘 끼고 다니라'고 핀잔을 주거나 '백신을 안 맞는다니 대단하다'며 뒤에서 수군거린다"며 "신경이 쓰이고 불안해서 임신이 되겠나 싶어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대상자들의 ‘말 못 할 고민’
지난 26일 전국 17개 시도 보건소와 213개 요양시설 등에서 입소자와 종사자 1만8489명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27일부터는 병원 및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의 의료진·종사자에게 화이자 백신이 접종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계획이 없고, 접종을 받지 않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전파를 하더라도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 현재로써는 없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도 접종 거부 현상을 어느 정도 예견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심각하다는 게 당사자들의 호소다.
온라인 간호조무사 카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양평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한다는 B씨는 “반의무적으로 다음 달 2일부터 백신을 맞는다"며 "맞지 않으면 눈치를 봐야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마루타 되는 기분 별로다. 지인들도 내가 맞은 뒤 괜찮은지 보고 맞겠다고 한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도 없는 건가?”라는 글도 올라왔다.
취업 준비생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접종을 결정했다고 한다. 한 간호조무사 준비생은 “병원에서 본인의 선택이라고 했지만, 백신을 안 맞으면 취업을 못 할 것 같아 그냥 맞으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실습생도 “병원에서 백신 안 맞으면 실습 못 한다고 배짱을 부리더라”라고 전했다.
사명감 필요 vs 사회적 낙인찍기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료진도 한 명의 개인으로서 선택권을 가지므로 백신 접종을 거부할 수 있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접종을 거부하는 건 사회적 의무에 반하지만, 임신 등 개인적 사정에 따라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생명권 측면에서 볼 때 환자들은 의료진에게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의 사정과 상관없이 의료 분야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사회적 낙인찍기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