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의 석탄산업 관련 투자액이 전 세계 기관투자자 중 11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탄소 배출량이 많아 기후 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석탄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 제로 선언 등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독일의 환경단체 우르게발트는 전 세계 25개 단체와 함께 주요 은행‧연기금 등 금융기관의 석탄산업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연금 12조 석탄투자, 전 세계 11위
조사 결과 한국의 국민연금공단은 총 114억 2300만달러(약 12조 6500억원)을 석탄 관련 채권과 주식에 투자했다. 개별 투자기관으로는 세계에서 11번째로 투자금액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 투자기관 중에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블랙록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석탄투자금액 상위 30개 기관 중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으로는 한국 국민연금과 일본 공적연기금(GPIF) 등이 포함됐다.
한국 석탄투자 18조, 전 세계 9위
우르게발트는 매년 석탄 관련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선정한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를 발표하는 단체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 세계 ‘석탄기업’ 934곳의 지난 2년간 주식‧채권‧대출 현황을 분석했다. 은행, 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석탄산업 투자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단체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 투자 규모는 1조 300억 달러(약 1142조 2700억원)으로 드러났다. 1위는 미국으로 총 6024억 1400만 달러(약 667조 2338억원)를 투자 중이다.
한국의 투자 규모는 총 168억 600만 달러(약 18조 6000억원)로 조사됐다.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독일, 중국 등에 이어 조사 대상 국가 중 9위를 기록했다. 회사채가 78억 3500만 달러(약 8조 7000억원), 주식투자가 89억 7000만 달러(약 9조 9000억원)이다.
국내 기관 중 석탄산업에 대출해준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었다. 총 22억 1300만 달러(약 2조 4300억원)을 국내외 신규 석탄사업에 내줬다. 2위는 수출입은행으로 총 15억 6900만 달러(약 1조 7300억원)를 빌려줬다.
"금융의 '탈석탄', 이제는 금융 건전성 문제"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석탄사업은 이미 시장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멈추는 건 금융 건전성의 문제와도 직결된다”며 “국민연금도 '탈석탄 투자' 방침을 세우고 기후변화 대응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