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1일 앞둔 25일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부산에 총집합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이광재 K-뉴딜위원회 본부장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여기는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초광역 도시입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모였다.
이날 부산진구의 부전역,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 부산 신항 등 세 곳을 옮겨 다니며 부산을 누빈 문 대통령에 대해 야당에선 “선거 질서를 훼손하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논란의 중심인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시민들에게 “가덕도 앞 푸른 바다는 저 멀리 하늘과 맞닿아 800만 부산·울산·경남 시·도민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4·7 재보궐 D-41
하지만 이날 참석자의 면면과 규모는 3주 전(5일) 문 대통령의 첫 지역균형 뉴딜 투어(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민주당 지도부뿐 아니라 정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이 포진했다.
이호승 경제수석, 강민석 대변인, 탁현민 의전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도 9명 내려갔다. 김 지사와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등 여권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장들이 총출동해 이들을 맞았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매머드급 행사였다”고 전했다.
文 “김해공항도 연약지반”
어업지도선 ‘부산 201호’를 타고 가덕도 서편 해상으로 자리를 옮긴 참석자들은 신공항 예정 부지를 둘러보고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선 이런 대화가 오갔다.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다음은 여러 가지 의문이 많은 부분이다. 연약 지반 이야기다. 일본 간사이와 다르다. 거기는 충적토가 수백 미터다. 여기는 단단한 암반층이다. 시중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실제) 없다.
▶문 대통령=연약지반으로 치면 김해공항도 연약지반 아닌가.
▶이 권한대행=그렇다.
▶김경수 지사=신공항 건설비로만 따지면 2018년 기준으로 결코 김해신공항보다 (가덕신공항이) 많이 들어가는 일은 현재까지 없다. 언론에 보도된 건설비 28조원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 실제 공사비용은 7조5000억원이다.
이달 초 국토교통부는 국회에 제출한 '가덕공항 보고'문건에서 당초 부산시가 책정한 신공항 건설비용(7조5000억원)보다 20조 안팎의 예산이 더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들의 대화는 이런 정부의 분석을 부인한 것이다.
가덕도법 통과 D-1
“가덕도에 신 관문 공항이 들어서면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에서 들어오는 24시간 하늘길이 열리게 된다. 정치권도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경제성은 물론 환경, 안전과 같은 기술적 문제도 면밀하게 점검하여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도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선거공항’, ‘매표공항’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멈추게 하는 것이 대통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라고 비난했다. 또 야당은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다. 부·울·경은 숱한 도전을 성공으로 만들어온 저력이 있다’는 대통령 연설 내용에 대해서도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한다”고 지적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누가 봐도 도를 넘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꼬집었다.
文 “의지 가져야”…국토부 질책
문 대통령은 가덕도를 둘러본 뒤 “2030년 이전에 완공하려면 속도를 내야 한다.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겠지만 국토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사실상의 질책성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지방의 피폐함, 지방 1000만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그대로 둘 수도 없다”며 “사업을 키워 제2 관문공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 부산은 육해공이 연결되는 세계적 물류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수도권과 경쟁할 광역권을 만들어야 한다.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 계획에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현시키자”는 말도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