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5일 스즈키 회장이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대표 권한을 내려놓고 상담역(고문)으로 물러선다고 보도했다.
'日 중소기업의 아버지' , 2선 물러나
44년간 대표직 '카리스마 경영자' 군림
일찍이 인도 진출 '성과'...'티코' 원조
전기차 등 업계 대변혁에 대응 늦어
‘나는 중소기업의 아버지’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한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삶의 보람이 일이다. 사람은 일을 포기하면 죽는다. 도전하는 것이 인생이다. 여러분도 일을 계속해달라”고 답했다.
또 “작년에도 골프를 47번이나 했고, 펄펄 난다”면서 건강문제로 인한 퇴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찍이 '평생 현역'을 모토로 일해 온 그는 “직함은 버리더라도 여전히 현역이니까 마음 편하게 상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견지명으로 인도 시장을 개척했는데 후진에게 해줄 조언이 있나”는 질문에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인도가 보여 상륙했는데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걸어라(歩け歩け). 행동력을 갖고 (새 시장을) 찾아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차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스즈키는 ‘알토’, ’왜곤R’ 등을 히트시켰다. 1980년대엔 일찍이 인도에 진출해 시장점유율을 절반이나 차지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알토’는 1980년대 후반 대우자동차가 국민 경차로 내놓은 ‘티코’의 모델이었다.
그러나 거대 기업과 손을 잡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패도 맛봤다. 1981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E)와 자본제휴를 했다가 GM의 경영악화로 관계를 청산했다. 2009년엔 독일 폭스바겐과 자본제휴에 합의했으나 경영의 독립성 등의 문제로 대립을 거듭했다. 지금은 도요타가 스즈키의 주식 약 5%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선 스즈키가 경차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최근 산업의 빠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요타와의 제휴는 “큰 우산 아래로 들어가지 못하면 살아날 수 없다”고 생각한 스즈키 회장의 “마지막 사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스즈키는 전날 내놓은 2021~2026년 중기 경영 계획을 통해 2025년부터 전기자동차(EV) 등의 전동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2050년까지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스즈키의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18.6% 감소한 244만7971대였다. 그러나 일본 내 판매 대수는 혼다를 제치고 도요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