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다소 개선됐지만, 베이징의 연무는 동쪽으로 이동해 한반도에도 영향을 준다.
헬싱키 대학 등 핀란드 연구팀과 칭화대 등 중국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 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저널 '패러데이 디스커션스(Faraday Discussion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베이징 등 중국 거대도시의 미세먼지 오염을 해결하려면 가장 작은 입자의 생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핀란드·중국 연구팀 논문 발표
굴뚝에서 직접 배출된 먼지보다
2차반응으로 생성된 게 더 많아
80~90% 먼지 씨앗에 달라붙은 것
연무를 일으키는 미세먼지의 기원을 따져보면 처음부터 자동차 배기구나 공장 굴뚝에서 미세먼지로 배출된 것보다는 기체 상태로 배출됐다가 대기 중에서 먼지 씨앗에 달라붙으며 자란 것이 훨씬 더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먼지 씨앗'이 되는 아주 미세한 입자의 65%는 배기구나 굴뚝에서 직접 배출된 것이라기보다는 대기 중에서 '새로운 입자 형성(new particle formation, NPF)'이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약 15개월 동안의 조사 기간에 새로운 입자 형성이 관측된 날이 189일이었으며, 이 가운데 57일은 실제 연무 발생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연무 발생 전에는 항상 새로운 입자 형성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새로운 입자가 형성된 후에는 풍속(風速)이나 습도, 태양광선 등 기상 조건에 따라 연무로 진행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먼지 씨앗 줄이면 연무 발생일 줄어
새로운 입자에 대기오염 물질이 반응하면서 미세먼지 입자가 커지고, 미세먼지 양이 늘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베이징 겨울 연무는 5~7일 주기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한번 발생하면 보통 3일가량, 최대 7일까지 지속하기 때문에 조사 기간 중 전체 연무 발생일은 158일로 기록됐다.
연구팀은 새로운 입자, 즉 먼지 씨앗이 형성된 후에 먼지가 성장하는 속도를 3분의 1에서 5분의 1로 줄인다면, 연무의 발생이 1~3일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새로 형성되는 입자를 4분의 1로 줄이고, 동시에 먼지가 커지는 속도까지 줄인다면, 연무의 시작 시간을 최대 40시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발생한 연무가 사라지는 시기는 오염물질과 상관없이 풍속 등 기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연무 발생을 1~3일 지연시키면 결과적으로 전체 연무 발생일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산화황·암모니아 배출 줄여야
연구팀은 새로운 입자 형성의 강도와 빈도를 낮추고 연무 발생을 줄이는 해법으로 ▶이산화황 배출량을 줄여 황산염 입자의 형성을 줄일 것 ▶아민과 암모니아 배출량을 줄일 것▶먼지 씨앗 성장을 막기 위해 기체 상태의 유기·무기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것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의 이산화황 배출량의 60%는 산업 부문에서, 20%는 주거 부문에서, 10%는 발전 부문에서 배출되고, 전체적으로 70% 이상이 석탄 연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암모니아의 약 90%는 농촌 지역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에 베이징 오염 크게 개선
기상 요인과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시가 일시 봉쇄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5년 동안 53% 감소, 13차 5개년 계획 기간(2016~2020년)의 목표를 달성했고, 국가 연평균 기준(35㎍/㎥)에 접근했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3년 89㎍/㎥이었으며, 2014년 86㎍/㎥, 2015년 81㎍/㎥, 2016년 73㎍/㎥, 2017년 58㎍/㎥, 2018년 51㎍/㎥, 2019년 42㎍/㎥로 개선됐다.
서울의 경우 2013~2019년 초미세먼지 연평균치가 23~26㎍/㎥를 오르내렸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21㎍/㎥를 기록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