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기본소득은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것인데, 신복지 제도에선 소득뿐 아니라 주거·교육·고용·의료·돌봄·문화·환경 등 8개 분야의 최저·적정 기준을 설정한다”며 “소득도 신복지 8개 과제 중 하나로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장소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이 대표의 손엔 『넥스트 프레지던트(NEXT PRESIDENT)-뉴코리아 비전과 도전』이란 책이 들려 있었다.
신복지, 기본소득론보다 더 종합적
중복적 조세 특혜 없애 세원 확보
공수처 설치, 임기 중 가장 의미 있어
대선 경선연기론은 말 안되는 얘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이 대표의 신복지 체제 비전 제시, 상생연대 3법 주도를 뜻깊게 생각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공개한 자신의 대표 브랜드 ‘신복지’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을 찾는 데서 시작됐다”고 했다.
“서울시가 만5세 의무교육 앞장섰으면”
- 신복지 구상 계기는.
- “4개월 전 (현 정부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연명 중앙대 교수에게 ‘못했던 걸 새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게 계기다. 문재인 정부 때는 신복지 제도란 게 없지 않나. 그 복지제도 담당자를 모셔다 지금 상황에 맞는, 실현 가능성이 더 높은 안을 만들어 보자고 한 거다. 이른바 ‘포지티브 차별화’ 과정이다.”
- 포지티브 차별화란 말이 생소하다.
- “발전을 위한 차별화를 뜻한다. 정책을 차별화하기 위해 해당 정책 최초 설계자를 모셔다 ‘지금 다시 세운다면 어떻게 하겠나’를 물었다. 이익공유제 역시 최초 기획자인 홍장표 전 경제수석,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을 모셔다 ‘다시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해 탄생했다.”
- 신복지가 기본소득보다 종합적이라면 돈도 더 많이 들겠다.
- “(재원 확보는) 저항이 가장 적으면서도 실현이 용이한 방법부터 해야 한다. 각종 조세 감면 특혜 중 역진적·중복적인 것부터 빼내면 일정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 부자가 더 이익을 보는 구조의 조세 특혜, 한 주체가 중복적으로 다른 명목의 조세를 감면받는 경우를 없애는 걸 말한다.”
- 어떤 게 역진적 조세 감면인가.
- “지금 말하면 반발부터 나오니 (말을) 참겠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를 앞둔 이 대표를 “엘리트”로, 자신을 “흙수저”로 대비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성장기에는 죽을 만큼 배고픈 적이 있었고, 대학 시절 시신을 찍어놨다고 할 정도로 야윈 사진도 남았다”며 “부모의 소득 수준 때문에 교육 불평등을 끌어안는 불행한 사태를 차단해야 한다. 그래서 만 5세 의무교육, 유치원 무상급식을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 서울·부산 보궐선거의 승패는 어디에 달렸다고 보나.
- “두 곳 다 미래 비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부산은 이미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메가 이슈가 있다. 서울은 도시로서 완성돼 있어 메가 이슈를 갖기 쉽지 않다. 나는 만 5세 의무교육, 유치원 무상급식을 서울이 먼저 앞장서 실천해 봤으면 좋겠다.”
- 당 대표 퇴임(3월 7일) 후 4·7 재·보선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나.
- “내가 시켜달라고는 안 하겠지만, 나같이 부족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해야 하지 않겠나.”
-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가 반년 넘게 없었다가 왜 지금 다시 하나.
- “3차 지원금을 지급하는데도 고통이 커지고 있다. 청년 상인, 택배 기사 등이 거의 벼랑에 몰렸다. 그걸 외면할 수가 없다.”
이 대표는 임기 중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공수처 설치”를 꼽았다. 검찰·국정원·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거론하며 “역대 정부가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을 했다”고 했다. “지금의 검찰개혁TF 가 (공수처 설치와 권력기관 개혁 등) 이미 이뤄진 것을 지나치게 가볍게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 당내 검찰 개혁 TF를 설치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당론화에 찬성하나.
- “반드시 당론이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당의 의결로 만들어진 기구의 결론은 당의 입장이 되는 거다. 내가 대표가 아니더라도 그 결정은 따라야 한다. 기소와 수사를 분리한다는 당의 원칙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 사면론, 아픈 공부가 됐다”
- 자체 진단한 지지율 하락 원인은.
- “늘 얘기하는 대로 나의 부족함이 있을 거고, 정치의 복잡함이 있을 거다. 그것을 깨닫게 된 좋은 기회였다.”
-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제안을 후회하진 않나.
- “‘사면을 당장 하자’고 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국민 마음을 늘 헤아려야 한다는 아픈 공부가 됐다. 국민들의 갈라진 마음을 모아드려야 한다. 통합과 상생·연대는 갈수록 더 중요해질 거다.”
- 민주당 대선 경선연기론은 왜 나왔나.
- “그건 좀 느닷없었다. ‘어떻게 이런 게 나오지’하고 나도 놀랐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심새롬·송승환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