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핵심 인사도 같은 날 본지에 “신 수석의 설득 과정을 보면 휴가 마지막날인 일요일(21일)을 기점으로 큰 기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신 수석에게 ‘사의를 철회하고 복귀하라’고 요청했지만 신 수석이 뜻을 굽히지 않았고, 그 다음엔 사의를 철회하지 않은 상태라도 ‘거취를 일임하고 복귀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면서 설득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도 “결국 청와대를 떠나게 되더라도 신 수석이 항명을 하고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경질하는 모습이라야 정권 차원의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득에 신 수석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한 측면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실제 여권의 고위 인사는 신 수석의 복귀 전날이던 21일 오후만 해도 “아직 긴 밤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 시점까지도 신 수석에 대한 설득에 성공하지 못했음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당초 청와대는 22일 오전 신 수석의 거취를 밝힐 예정이었지만, 이 마저도 결국 오후로 미뤄졌다.
그리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 신 수석의 복귀 사실을 밝히며 “일단락됐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했다”거나 “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했다”는 등의 단정적 표현을 쓰지 않았다. 거듭된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는 ‘사의 철회’여부에 대한 답변만은 계속 피했다. 신 수석이 사의를 접지 않은 채로 복귀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셈인데, 신 수석을 잘 아는 한 지인은 "거취를 일임했다는 말 자체가 계속 사의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의를 밝힌 상태에서 일단 억지로 복귀한 신 수석이 민정수석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청와대 업무를 위해서라도, 신 수석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선거 이후에는 교체를 하는 쪽이 상식적인 전망”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주변의 일부 인사들에서도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복귀시킨 것은 신 수석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거란 뜻이겠지만, 검찰과의 갈등이 증폭되거나 항명에 가까운 상황이 반복될 경우엔 신 수석이 경질될 수 있다"는 ‘조건부 신임론’에 가까운 전망이 흘러 나온다.
지난 22일 신 수석의 업무 복귀 사실을 전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이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 무슨 결정을 언제 할지는 말할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이 시간을 두고 사표를 수리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노무현 정부때부터 오랫동안 문 대통령을 보좌해온 인사들은 신 수석이 처음에 사의를 표했을 때 문 대통령이 “후임을 찾아보자”며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다가 만류로 돌아선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본지에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 시절 한 국무위원이 ‘내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물러나겠다’고 하자 즉각 ‘그럼 물러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냈던 일이 기억난다”며 “문 대통령은 직을 걸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가벼운 태도에는 가차없이 대응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수석이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직을 걸며 항명하자 사의를 수용했다가, 뒤늦게 검찰 인사 절차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서 사의를 만류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게 아닌가 추정한다”고 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신 수석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로 인사 재가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한 뒤 박 장관을 질책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구체적인 서류결재 시기나 재가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여권에선 “박 장관이 신 수석의 반대에 부딪치자 문 대통령에게 전화 등을 통해 구두로 재가를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자결재 등 공식절차는 발표 이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본지의 문의에 대해 “결재 과정은 이뤄졌던 것으로 알지만, 7일 인사 발표 전후를 기준으로 언제 결재가 이뤄졌는지 등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