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건물은 깔끔하게 철거했으면 좋겠다.” (김기창 고려대 로스쿨 교수)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드는 데는 3개월도 안 걸린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중수청 속도조절론을 주문한지 하루 만에 여권의 강경파 의원들이 오히려 가속 드라이브를 밟자고 결의한 것이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제게 주신 말씀은 크게 두 가지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개혁의 안착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두 번째는 범죄 수사 대응 능력, 반부패 대응 수사 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발언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지시는 검찰에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직접 수사권만 남긴 검경 수사권조정안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가 핵심인 중수청 설치까지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文 재신임에도 “신현수 OUT”
공청회에선 문 대통령이 가까스로 봉합시킨 ‘신현수 민정수석 사태’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있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국장은 발제문에서 “검찰 출신을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은 일종의 난센스였다”며 “(신 수석은) 임기 막판으로 접어드는 대통령과의 인연 등은 얼마든지 제쳐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국장은 “민정수석비서관이 언론플레이를 했다. 최근에 진행된 검사장 인사가 창피하다는데 창피한 게 누군지 적반하장도 짝이 없다”는 말도 했다. 공청회엔 황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승원·윤영덕·장경태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친(親)조국 성향의 강성 여권 지지자들이 다수 모였다.
현장 분위기는 정치 집회를 방불케 했다. “대검 차장이 백주 대낮에 건방을 떨었다”(오창익 국장), “적어도 이 정부 내에서 중수청을 시행하고 발족을 시켜야 한다”(황희석)는 말에 박수·환호가 터져 나왔다. 의원들은 “검찰개혁 최전선에서 열심히 뛰겠다”(장경태), “늘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윤영덕)고 말했고, 김승원 의원은 논제를 벗어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형언론들이 발행 부수를 조작해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당·청 갈등으로 불거지나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급속한 검찰개혁 추진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수사·기소 분리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라며 “특위가 방향을 영 잘못 잡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도 “이번 원내지도부 임기(5월 6일) 까지는 상임위(법사위)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의원총회 회부 등 당론화 움직임은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당내 강경론과 청와대 중심의 온건론이 충돌할 경우 임기 말 당·청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처럼회 주최 공청회에 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축사를 통해 “당은 특위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개혁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다. 그런 흐름에 맞춰 검찰의 자체 개혁도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입법 시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