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된 향나무 무단으로 싹둑…대전시장 "실망 드려 송구"

중앙일보

입력 2021.02.23 15:30

수정 2021.02.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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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남도청사에 있던 나무가 잘려나가 밑둥만 남아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허태정 대전시장 "책임자 문책하겠다"

 
대전시가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에 있던 향나무 128그루를 무단 절단한 것과 관련, 허태정(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이 "시민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23일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향나무 무단 절단과 충남도청 부속건물 리모델링과 관련해 행정절차의 미숙함이나 여러 의혹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시민에게 알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 시장은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라고도 했다.  

향나무가 제거되기 전의 옛 충남도청사 건물. 사진 충남도

 
허 시장은 해당 사업의 주무 부서에서 일하던 간부 직원을 신임 감사위원장에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신임 감사위원장이 감사과정에 개입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겠다"며 "감사 전문가를 추가 지원해 감사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신임 감사위원이 지역공동체 국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하반기에 향나무가 제거되고 옛 충남도청 부속 건물이 리모델링을 이유로 훼손됐다.


향나무 훼손 업무 담당 과장 사표 제출 

이 사업을 주관했던 지역공동체 A 과장은 지난 22일 허 시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A 과장은 2019년 3월 임기제(2년) 공무원으로 대전시 지역공동체 과장에 임용됐다. 이 자리는 근무실적에 따라 총 5년까지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시민단체 출신인 그는 이전까지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센터장으로 일했다.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리모델링이 추진되는 옛 충남도청사 부속 건물에 입주한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있는 옛 충남도청사. 사진 앞쪽 울타리를 형성하던 향나무가 모두 제거된 상태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는 향나무 절단과 옛 충남도청사 부속 건물의 무리한 리모델링 사업의 책임을 물어 지역공동체국 B 국장을 교체했다. 하지만 향나무 제거와 리모델링을 위한 건축물 훼손은 B 국장의 전임자(현 감사위원)가 일할 때 벌어진 일이어서 부적절한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대전시는 지난해 6월부터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부속 건물에 대한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충남도 소유의 향나무 128그루를 무단 절단했다. 소통협력공간사업은 옛 충남도청사 부속건물인 무기고동·선관위동·우체국동 등을 리모델링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소통협력 공간 조성을 이유로 훼손된 옛 충남도청사 부속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겨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여기에는 사회적자본지원센터·사회혁신센터가 입주하고, 공유주방·카페·갤러리도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총 123억5000만원이다. 시설비가 63억5000만원이고, 나머지 60억원이 프로그램 운영비다. 대전시는 “소통협력공간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해 지역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시는 리모델링을 위해 이들 충남도청 부속 건물 내부를 뜯어내는 사실상 대수선 공사를 했다. 대수선이란 건축물의 기둥·보· 내력벽·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이다. 대수선하려면 건축법(제 11조) 등에 따라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전시는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에 신고 등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해 건축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힘 대전시당은 22일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허태정 대전시장과 담당 국장, 과장 등 3명을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