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지지율 0.3%인데···서울시장 후보들 러브콜 쏟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16:44

수정 2021.02.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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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정훈 후보가 주장하는 주 4일제와 나의 주 4.5일제를 놓고 자세한 얘기를 해보겠다”(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범야권 연립정부에) 안철수 후보뿐 아니라 조정훈 후보까지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나경원 전 의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향한 러브콜이 여야를 막론하고 이어지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8일 우상호 민주당 의원과 정책 대담을 나눈 데 이어 22일 오후에는 박영선 전 장관을 만난다. 23일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27일에는 나 전 의원과의 회동이 잡혀있다. 모든 만남은 주 4일제, 기본소득 등 조 의원이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 자리가 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의원은 “난 진영 싸움 같은 것엔 관심 없다. 다만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했다.  
 
사실 조 의원은 당선 가능성만 놓고 보면 주목도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후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아예 그를 선택지로 포함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고 포함한 경우라도 그의 지지율은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9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SBS의 의뢰를 받아 범여권 후보들만 놓고 서울시장 적합도를 물은 결과, 조 의원은 0.3%를 기록해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에도 뒤진 꼴찌였다.  
 
그럼에도 조 의원의 주가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본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후보들의 상황이 깔려있다. 조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시대전환으로 복귀한 이후 정부여당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동시에 최근 야권 제3지대 단일화에 대해 “신선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고 거부하며 양쪽 진영 어디에도 속하길 거부하고 있다. 그런 그와 정책을 두고 토론하면, 정쟁에 얽매이지 않는 합리적인 후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을 여야 후보마다 하고 있는 셈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미르미디어에서 열린 '2021 서울시장 선거 정책대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 전 장관 캠프 측 관계자는 “본선 전략에서 중도로의 외연 확장은 중요한 문제”라며 “마침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 의원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주 4.5일제와 유사한 정책을 얘기해서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 의원 측 관계자도 “야권 단일후보가 만들어져서 양자구도가 되면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에 향후 (범여권) 단일화를 위한 포석으로 조 의원을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 본인도 자신을 향한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내 뒤에는 진영이 없으니, 나를 데려가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후보로 보일 수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아직 어느 진영과의 단일화에도 크게 호응하지 않으며 서울시장 선거를 완주하겠단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는 “완주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의원실 보좌진 모두 사표 쓴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시민들 마음을 얻는 것이 정치고 민주주의인데, 이걸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걸림돌은 그가 보궐선거에 정식 출마하기 위해서는 다음달 8일까지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가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 더불어시민당의 비례 순번 18번이었던 이경수 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이 의원직을 승계 받게 돼 시대전환은 현역 의원이 없는 원외 정당이 된다. 조 의원은 “당원들의 걱정하는 마음을 어떻게 수습할지, 그 방안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