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눈속에 빠트린 결혼 반지, 48년 만에 돌아온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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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만에 찾은 오텐리스 부부의 결혼반지. 1966년 4월16일 로버트 오텐리스가 카렌 버크에게라는 의미의 'RA to K.B. 4-16-66 '가 새겨져 있다. [Ridge Historical Society 페이스북 캡처]

1973년 겨울, 결혼 7년 차에 접어든 세 아이의 엄마 카렌 오텐리스(당시 27세)는 미국 시카고의 외할아버지 집 앞마당에서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던 중 눈 속으로 반지를 떨어트렸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다. 이제 오텐리스 부부는 수 명의 손자·손녀를 둔 70대 할아버지·할머니가 되었고, 반지는 기억에서조차 잊혀졌다. 그런데 지난 14일, 반지가 돌아왔다.  
 
20일(현지시간) CNN은 오텐리스 부부가 48년 전 잃어버린 결혼반지를 다시 찾게 된 사연을 전했다. 
 
사연은 2월 초 시카고 지역 주민들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주민 사라 바트카가 "8년 전 집 마당에서 반지를 하나 주웠는데, 주인을 찾지 못했다"고 올리면서다.


지역 계보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캐롤 플린과 린다 램버티가 반지 주인을 찾아 주자고 나섰고, 지역 주민이 동참해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1966년 4월16일 결혼식 날 오텐리스 부부(오른쪽)과 연회장에서 반지를 나눠낀 모습. [NEWS4SA 영상 캡처]

 
유일한 단서는 반지 안쪽에 새겨진 ‘RA to K.B. 4-16-66’ 이었다. 주민들은 반지가 발견된 집에 살았던 역대 거주자를 모두 훑어봤다. 
 
그러던 중 1955년 4월에 사망한 집 주인 알버트 위트에게 외손녀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름은 카렌 버크. 앞글자를 따면 반지에 새겨진 'K.B.'와 연관 지을 수 있었다. 
 
이후 2006년 한 지역 신문에 게재된 위트의 막내딸 부고 기사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았다. 추모사에는 "나는 40년 전(1966년) 결혼식 때 이모의 드레스를 입었다. 이모를 잊지 못할 것이다. 카렌 버크 오텐리스"라고 적혀 있었다. 반지에 새겨진 4-16-66은 1966년 4월 16일을 의미하며 카렌 버크가 오텐리스 가문에 시집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플린과 램버티는 곧장 오텐리스 부부를 수소문해 연락을 취했다. 덕분에 발렌타인데이였던 지난 14일 오텐리스는 48년 만에 다시 결혼반지를 손에 낄 수 있었다. 
 
오텐리스 부부는 1982년 텍사스로 이사하며 반지 찾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4월16일 55주년 결혼기념일을 맞는 것도 놀라운데, 50년 만에 반지를 찾았다는 사실은 더 믿기지 않는다"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