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자” 전화에 3개월 딸 두고 외출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 30분까지 외출한 4시간을 포함해 15시간 30분 동안 딸을 단 한 차례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사이 딸은 정확히 몇 시에 사망했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A씨 부부는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하고 당시 3살이던 아들 D군에 대한 양육을 소홀히 했다는 혐의로 2019년 10월 함께 기소됐다. 1심은 이들의 유죄를 모두 인정해 남편에게 징역 5년을, 아내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들 부부는 1주일에 2~3회 이상 보호자 없이 아이들을 두고 외출해 술을 마셨고 생후 3개월 된 딸이 있는 방에서 흡연하기도 했다. 사망 며칠 전부터 설사병을 앓던 딸 C양은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지 않아 사망 당시에는 엉덩이 피부가 벗겨져 기저귀에 혈흔도 남은 상태였다.
檢 “친권상실 필요” 청구에 法 인용
아동복지법 제18조 1항은 아동의 친권자가 그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 아동학대 등의 이유로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걸 발견한 경우 검사나 시ㆍ도지사 등은 법원에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 선고를 청구해야 한다고 정한다.
친권상실에 대한 판단은 부부의 아동학대를 처벌한 재판과는 따로 진행됐다. 의정부지법은 청구 1년여만인 지난 4일 A씨의 친권을 상실토록 하는 결정을 했다. 친권상실 재판 및 아동학대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B씨가 사망하기도 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B씨는 임신과 출산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구치소를 나왔고 항소심 중이던 지난해 4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 차례 면접조사 기일과 D군의 주거지 등을 점검한 법원은 지난 4일 심문기일을 열고 A씨의 친권을 상실케 해달라는 검사의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A씨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은 “현재 D군의 유일한 친권자인 A씨는 친권을 남용해 D군의 복리를 현저히 해쳤고, C양을 유기해 사망케 했다”며 “친권의 일시 정지나 일부 제한으로는 D군의 복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고, A씨가 적절히 친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할 사정도 없다”며 친권상실을 선고했다. 친권자가 없어진 D군에 대해서는 현재 맡겨진 아동보호센터의 원장을 후견인으로 선임했다.
아동학대→친권상실선고, 정확한 통계도 없어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8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친권 제재 관련 규정의 한계와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2020년 기준 미국의 모든 주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와 통제권이 ‘자녀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비자발적으로 종결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아동학대 가해자의 77%가 부모인 현실에서 학대 부모의 친권 제재 마련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