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구 소장은 답한다. 이어 “여기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이득을 보는데 어느 성인군자가 굳이 안 지켜도 될 법을 지켜가며 손해를 보겠소?”라고 되묻는다.
이번 정부에서 이처럼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29명이다. 지난 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황희 장관 임명 관련 의견을 묻는 말에 38.8%는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답했다. 18.0%는 “황희 장관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했고, “대통령 뜻을 존중한다”는 의견은 36.5%였다.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6.8%)였다. 물론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다만 국민 10명 가운데 6~7명이 그 인사의 의미를 반대하거나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강행하는 일이 빈번하니 문제다.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과 국민의 반대를 무시해도 처벌받지 않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이득을 봐서일까.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그래도 되는 나라’가 됐는지 잘 모르겠다. 이전 정권에서 야당 반발에도 인사를 강행한 사례는 이명박 정권 17명, 박근혜 정권 10명으로 두 정권의 기록을 합쳐도 지금보다 적다. 노무현 정권땐 단 3명에 불과하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구고신 소장은 억울해하는 이수인에게 말한다. 정권을 잡은 이들이 바라보는 풍경이 국민이 보는 풍경과 비슷해지길 바라면 욕심일까.
이태윤 복지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