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그 영화 이 장면] 승리호

중앙일보

입력 2021.02.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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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영화평론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는 한국 SF 장르의 비주얼이 성큼 도약한 성과이면서, 동시에 ‘조성희 월드’의 확장이다. 그를 세상에 알린 단편 ‘남매의 집’(2009)과 첫 장편 ‘짐승의 끝’(2011)에서 시작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실험은 ‘늑대소년’(2012)부터 가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물론 여기에도 장르적 관심은 투영되는데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과 최근작 ‘승리호’까지 감독은 멜로, 액션, SF 속에서 가족에 대한 사연을 이어간다.
 

영화 [승리호]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정신없는 사건과 스펙터클이 쏟아지지만, ‘승리호’의 중심은 딸(오지율)을 찾아가는 태호(송중기)의 여정이다. 꽃님이(박예린)를 통해 기적적으로 순이와 연결된 태호의 내면은 하얀 공간으로 드러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늑대소년’과 ‘승리호’의 겹침이다. 연인 순이(박보영)는 ‘승리호’에서 딸 순이로 바뀌었고, ‘늑대소년’의 철수(송중기)가 그랬듯 ‘승리호’의 순이도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태호는 딸을 끝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아빠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이 상황은 ‘늑대소년’에서 순이와 철수가 47년 만에 재회하는 신을 흥미롭게 연상시킨다. 다소 신파지만, 조성희 감독의 맥락을 떠올리면 이 신은 ‘승리호’에서 반드시 필요한 대목인 셈이며, 이것은 상처 입은 가족을 위로하는 감독 고유의 환상적인 풍경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